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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내가 어쩔 수 없는 것들, 자연 빌려 曲 만들고 노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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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Creator]〈5〉싱어송라이터 최유리

스타들 추천한 노래 ‘숲’ 작곡-작사… 감성적 가사-따뜻한 멜로디 특징

김범수 9집 타이틀곡 만들며 주목

11월 9, 10일 단독콘서트 열어

동아일보

지난해 방송에 출연해 ‘숲’을 부르는 최유리. 유튜브에 올라간 이 영상은 조회수 450만 회를 넘겼다. KBS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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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초월적인 존재’잖아요. 인간관계처럼 내가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을 때 자연을 빌려와서 곡을 써요.”

4일 서울 성북구 연습실에서 만난 싱어송라이터 최유리(26)는 대표 곡 ‘숲’을 작곡·작사한 계기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숲’은 BTS 뷔와 세븐틴 도겸 등 스타 가수들이 추천하면서 힐링 곡으로 입소문을 탔다. 음악차트 역주행에 이어 지난해 방송에서 이 곡을 부른 그의 영상 조회수가 450만 회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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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힐링곡 ‘숲’ 등으로 사랑받고 있는 최유리. 싱어송라이터로서 특유의 감성적인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가 어우러진 자작곡을 꾸준히 발매한 그는 올 11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네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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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발표한 싱글앨범 ‘유영’에 수록된 ‘숲’은 사실 대학생 시절 주변 사람들로부터 느꼈던 ‘자격지심’을 풀어낸 노래라고 했다. 스스로를 남들보다 키 작은 나무라고 생각해 위축되면서도, 얼른 한 뼘 큰 나무가 돼 남들과 숲을 이루고자 하는 소망을 담았다. 같은 싱글에 실린 ‘바다’는 땀과 작은 눈물이 고여 모든 사람이 헤엄칠 수 있는 바다가 되고픈 마음을 노래했다. 숲과 바다라는 자연물을 노래의 소재로 쓰는 것에 대해 그는 “인간관계를 직접 얘기하면 아프니까 돌려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강원 평창군 출신의 최유리는 동아방송예술대 재학(작곡과) 중이던 2018년 싱어송라이터의 등용문인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자작곡 ‘푸념’으로 대상을 받았다. 2020년 정식으로 데뷔하면서 낸 미니앨범 ‘동그라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미니앨범 7장을 발표했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 ‘갯마을 차차차’ 등 유명 드라마 OST를 불러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최유리의 노래는 감성적인 가사와 어우러지는 따뜻한 멜로디가 특징이다. 특히 남녀 간 사랑 외에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소재를 가사에 활용해 ‘읽는 재미’가 있는 가수라는 평을 듣는다.

최유리의 첫인상은 그가 만든 감성 넘치는 노래들처럼 ‘촉촉한 느낌’은 아니었다. 살짝 뻗친 단발머리에 진한 청재킷을 입은 그는 “슬픈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음악적 영감을 받는 편은 아니다”라며 “제멋대로 상상하면서 볼 수 있는 웹툰을 선호한다”고 했다. 좋아하는 웹툰은 판타지 학원물 ‘일렉시드’, 성격유형지표(MBTI)는 ‘용의주도한 전략가’ 형인 INTJ. 살짝 삶에 지친 듯한 건조한 표정은 예술가라기보다 평범한 20대 직장인에 가까웠다.

그러나 음악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이 달라졌다. 그는 “음악은 내게 가장 큰 취미”라고 말했다. “마음이 좀 헛헛해서 다른 취미를 조금 찾아보려고 하다가도 결국 돌아오는 건 ‘이 직업’이더라고요. 레고 맞추기 같은 색다른 취미를 갖더라도 그건 잠깐이고, 음악 작업할 때가 가장 편해요.”

그는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가수 김범수의 정규 9집 타이틀 곡 ‘여행’을 작사·작곡하며 활동 반경을 넓혔다. 고음 위주의 기존 김범수 노래와는 조금 다른 담담한 감성의 곡이다. 김범수는 앨범 발매 당시 인터뷰에서 “최유리의 노래를 들으면 잔에 물이 조금씩 채워지는 감사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최유리는 “곡을 쓸 때 그 사람이 해줬으면 하는 얘기, 그 사람이 했을 때 정말 슬프거나 에너지가 실릴 것 같은 얘기를 쓰려고 한다”며 “대선배님과 작업하면서 동료들을 대하는 태도 등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최유리는 10년 뒤 음악프로 심사위원이 되는 게 버킷리스트란다. 그는 설레는 목소리로 “음악 하는 사람들이 모여 노래하는 것 보고 이야기하는 게 너무 재밌을 것 같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그는 11월 9, 1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3022석)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5년 차 솔로 가수로서는 작지 않은 ‘성취’로도 보였다.

“유명해지는 것보다 스스로가 재미있는 노래를 하고 싶어요. 다만 성실하게, 지금의 끈기를 잃고 싶지 않아요. 더뎌도 묵묵히 하는 단단한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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