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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金 여사·文 가족·李 대표... 심우정 첫 과제는 ‘정치 권력’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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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 신임 검찰총장의 숙제

심우정(53·사법연수원 26기) 신임 검찰총장이 19일 취임했다.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부패 범죄, 경제 범죄에 수사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취임 일성(一聲)과 함께 임기 2년을 시작했다.

윤석열 정부 두 번째 검찰 수장을 맡은 심 총장은 이날 오전 대검찰청에서 취임식을 열고 “오로지 법과 원칙, 증거와 법리에 따른 공정한 수사, 신속하고 정밀하게 환부만 도려내는 수사를 통해 국민이 검찰 수사는 믿을 수 있다고 느끼도록 하겠다”며 “검찰의 중립성·독립성이 지켜질 수 있도록 든든한 방벽이자 울타리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심 총장 앞에 놓인 과제는 녹록지 않다. 과거 정권 후반부에 취임한 총장들 대부분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하다가 정권과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심 총장도 당장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등을 종결해야 한다. 특히 수년째 끌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 수사,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법조계 원로들은 “신속하게 수사해야 검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김건희, 문재인, 이재명... 심 총장의 당면 과제

심 총장의 첫 숙제는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사건 처분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고, 수사심의위원회도 같은 결론을 냈다. 다만 디올백 공여자인 최재영 목사의 수사심의위원회가 24일 열릴 예정이어서 처분만 미뤄진 상태다. 검찰이 4년 넘게 매듭짓지 못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도 주목된다. 이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이 배제된 상태여서 심 총장이 법무장관에게 지휘권 회복을 요청해 직접 지휘할지도 관심사다.

야권 수사도 심 총장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전주지검은 문 전 대통령 옛 사위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서울중앙지검은 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샤넬 재킷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부부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도 수원지검이 수사 중이다.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논란 없이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심 총장의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한편, 민주당은 검사 4명의 탄핵을 추진 중이고, 조국혁신당은 검찰청을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분리하는 이른바 ‘검찰청 폐지’를 추진 중이다.

◇후반부 총장들, ‘살아 있는 권력’ 수사로 갈등

심 총장처럼 대통령 임기 3년 차 이후 취임한 검찰총장은 대개 ‘조직 안정화에 방점을 둔 인사’라는 평가를 들으며 임기를 시작하지만, 결국 대통령 친인척이나 권력 핵심 인사를 수사해 정권과 갈등을 빚는 일이 많았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대통령 임기 3년 차(2019년 7월)에 취임한 윤 대통령은 직속 상급자인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을 수사했다. 또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며 정권 핵심 인사들을 겨냥했다. 그러자 수사 지휘권 박탈 등으로 추미애·박범계 법무장관들과 갈등을 빚었고, 징계로 인해 사상 처음으로 직무가 정지되기도 했다. 2021년 3월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추진하던 ‘검수완박’ 법안 등에 반대하며 총장직을 자진 사퇴했다.

박근혜 정부 후반부에 취임한 김수남 전 총장은 자신을 임명한 박 전 대통령을 구속했다. 이명박 정부 말기에 취임한 한상대 전 총장은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다만 한 전 총장은 내곡동 사저 헐값 매입 의혹 등을 덮어주며 정권을 비호했다는 비판도 함께 받았다.

김대중 정부 4년 차에 취임한 이명재 전 총장은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와 삼남 홍걸씨를 각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했다. 앞서 김영삼 정부 3년 차에 임명된 김기수 전 총장도 한보 사태에 연루된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조세 포탈 혐의로 구속했다.

◇원로들 “외풍 막고 신속한 수사해야”

법조계 원로들은 신임 검찰총장의 최우선 과제로 ‘수사 지연 해결’을 꼽았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디올백 수수 의혹 같은 사건들은 여야,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고 빠르게 마무리했어야 한다는 것이 원로들의 생각”이라며 “만시지탄”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도 이미 4년이나 지난 일”이라며 “한 치의 의심이 없도록 수사를 신속하게 마무리해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검찰총장은 “검사들이 수사에만 집중하도록 외풍에서 보호하는 것이 총장의 책무”라며 “그래야 검사들이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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