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행복입니다]
[아이들이 바꾼 우리] 두 돌 세 쌍둥이 키우는 신정·박총명 부부
지난 10일 강원도 강릉에서 신정·박총명씨 부부와 두 돌을 맞은 세 쌍둥이가 가족여행 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아내 신씨, 강우·신우, 남편 박씨, 인우. 신씨는 "세 아이가 동시에 카메라를 보면서 웃는 사진은 처음"이라고 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연수 중인 박씨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귀국했다. /신정·박총명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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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삼성전자 사무직 사내 커플이다. 신입 사원이던 2014년 처음 만났고, 2017년에 결혼했다. 박씨는 “어차피 결혼할 거라면, 빨리 해서 같은 집에 살고 싶었다”고 했다. 부부의 취미는 여행. 아이들을 낳기 전까지 부지런히 해외를 다녔다. 지금까지 다녀온 국가가 40국을 넘고, 2019년 휴가 때 아프리카에 다녀온 것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부부는 아이 셋을 낳은 데 대해 “특별한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부는 “2~3명의 아이가 있는 삶을 항상 꿈꿔왔다”면서도 “세 쌍둥이를 낳게 될지는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임신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1년 가까운 임신 시도에도 아이가 들어서지 않았다. 박씨는 “임신을 위해 병원에 다니면서 ‘다산의 기운’을 얻기 위해 미국 시트콤 ‘프렌즈’에 등장하는 주인공 중 한 명인 ‘피비’의 모습을 일부러 시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극 중 피비는 세 쌍둥이를 출산한다. 출산 직전에는 아내 신씨가 코로나에 감염되는 일도 있었다. 박씨는 “당시에는 코로나에 감염되면 2주간 의무 격리를 해야 해서, 아내가 남편 없이 출산하게 될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며 “격리 해제 이틀 후 아이들이 세상에 나왔다”고 했다.
그렇게 육아가 시작됐다. 부부는 “아기들을 키워본 적도 없었는데, 셋을 동시에 키우려니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부부는 ‘육아 근무 스케줄’을 짜서 교대로 아이들을 봤다.
그래도 혼자 아이 셋을 보는 건 쉽지 않다. 남편이 없으니 외출도 쉽지 않다는 게 신씨의 설명이다. 운전을 하지 않는 신씨는 아이들과 외출할 때면 대리운전 기사를 부른다. 그 차에 유모차 등 각종 육아 물품을 싣고 동물원으로, 놀이공원으로 향하는 것이다.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로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귀가한다고 했다.
그래도 아이는 행복이다. 친구처럼 지내던 부부는 출산 이후 비로소 ‘운명 공동체’가 됐음을 실감한다고 한다. 박씨는 “아이들을 키우며 서로의 역할과 책임이 더 명확해졌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됐다”며 “부부 사이의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비록 지금은 떨어져 있지만 이전보다 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신씨는 “출산하게 되면 삶의 많은 부분을 희생해야 한다”면서도 “세 쌍둥이를 키우며 포기한 것도 많지만,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무조건 아이들을 낳을 것”이라고 했다. 박씨도 “아이를 낳으면 감정과 경험의 폭이 훨씬 커진다”며 “출산을 고민하고 있는 친구들에겐 가급적 두 명 이상 낳기를 추천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이 애교를 부릴 때, 과자 같은 간식을 아빠와 엄마에게 먼저 건네줄 때 부부는 특히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아이들의 성장을 보며 부모도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부부는 육아에 가장 도움이 된 제도로 육아휴직을 꼽았다. 신씨는 지금도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이 한 명당 2년의 육아휴직을 제공한다. 세 쌍둥이는 도합 6년이 가능하다. 신씨는 고위험 임신이어서 임신 기간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가 현재 3년째 휴직 중이다. 신씨는 “휴직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덕분에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을 직접 눈으로 지켜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됐다”며 “관련 법에는 육아휴직이 1년으로 규정돼 있는데, 직접 사용해 보니 1년은 부족한 것 같고 2년은 돼야 예비 부모들의 심리적 부담이 완화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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