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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한은 "美 빅컷에 여력 커졌다" 10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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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빅 컷(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를 단행하자, 한국은행도 10월에 금리인하 행렬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Fed의 인하로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2%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축소됐다. 그동안 한미 금리 차가 더 벌어지면 자본유출을 키워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는데, 이제는 한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원화가치 하락(환율은 상승)에 대한 부담은 덜게 된 것이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19일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미국의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이 시작돼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국내 경기와 물가, 금융안정 여건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정근영 디자이너





‘10월 인하’ 가리키는 물가와 내수



우선 국내 경기와 물가만 봐서는 10월 인하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 올라, 2021년 3월(1.9%)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미 통화정책 목표치(2%)에 도달한 것이다. 일각에선 물가상승률이 1%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전반적인 물가가 하향 안정 추세에 있기 때문에, 연말에도 국내 수요가 현재와 비슷한 흐름이라면 월별 물가상승률이 2% 이하로도 둔화할 수 있다”며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이상기온 등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요인이 상존하지만 현재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내수 부진도 걱정이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지수는 지난 7월에 전월 대비 1.9% 하락했다. 4월(-0.6%)과 5월(-0.2%) 전달 대비 감소했고, 6월(1.0%)엔 증가했다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내수만 보면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이 빅컷을 단행하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커진만큼 10월 인하에 나설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내수에 미치는 효과가 6개월 안팎의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인하를 서둘러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집값‧가계부채 급등세 둔화가 관건



한은도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에는 동감하고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와 집값 급등세에 무게추를 더 두는 모양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8월 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동결하면서 “내수 부문은 시간을 갖고 금리 인하 폭 등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반면 가계부채 증가세는 지금 막지 않으면 위험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8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8조2000억원 늘어 역대 최대 증가 폭을 나타냈다.

금통위 회의가 예정된 다음 달 11일 전까지 나오는 집값‧가계부채 데이터가 어느 정도의 둔화세를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9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가 시행되고, 최근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높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12일 “주택가격 상승률이나 거래량이 조금씩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여전히 과거 평균에 비해 높은 상황이라 경계하고 있다”며 “9월까지 나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안정 리스크가 어떤 흐름으로 갈지 판단해서 10월 금리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9월 주택 거래량이나 가격지수 등 선행지표가 둔화세를 이어간다면, 한은은 내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0월에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다만 일각에선 집값‧가계부채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첫 인하가 11월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효정·임성빈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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