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사 | 이준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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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이 수사 과정에서 통신이용자 정보(통신자료)를 조회했을 때 외부 대행기관을 통해 해당 대상자에게 조회 사실을 일괄 통지하는 시스템을 19일 가동했다. 이에 따라 각 기관마다 통지하는 내용과 양식이 달라 빚어지는 혼선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무차별적 통신자료 조회를 자제하지 않는 한 ‘통신사찰’ 우려는 계속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예산 부족으로 이 시스템에 포함되지 않았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검·경 등은 수사 과정에서 통신자료 조회를 할 경우 이 사실을 대행기관인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당사자에게 통지하는 체계를 이날부터 가동했다. 검찰 관계자는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과 연동해 정상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일선 수사기관이 당사자에게 개별적으로 통신자료 조회 사실을 통지해왔다. 이 과정에서 같은 내용의 정보를 조회하더라도 각 수사기관별로 통보하는 내용이 달라 논란이 됐다. 일례로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면서 지난 1월 언론인·야당 정치인 등 3000명 이상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뒤 법정 통보기한 7개월을 꽉 채워 지난달 초 당사자들에게 통보했다. 검찰은 주민등록번호, 주소, 인터넷 아이디 등까지 조회했는데 당사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엔 이름, 전화번호 정도만 ‘주요 조회내용’으로 기재해 논란을 일으켰다.
통신자료 조회 통지 제도는 수사기관이 통신자료 조회·수집 여부를 당사자에게 통지하도록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이 개정되면서 지난 1월부터 시행됐다. KAIT가 통신자료 조회 통지 업무를 대행할 수 있다는 내용도 개정 법에 명시됐다.
검찰은 통신자료 조회 통지 일원화로 통신사찰 논란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통신사찰 논란이 제기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차별적인 통신자료 조회 등 수사권 남용에 있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기관이 조회 사실을 최장 7개월 뒤에 통보할 수 있어 발생하는 ‘늦장 통보’ 논란도 여전하다.
이번 일괄 통지 시스템 도입에서 공수처는 빠졌다. 공수처도 2021년 언론인·정치인 등의 통신자료를 무더기로 조회해 통신사찰 논란을 빚었다. 공수처 관계자는 “KAIT망과 킥스를 연동시키는 데 예산이 수십억이 든다”면서 공수처 예산이 부족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수처는 통신자료 조회 사실을 대상자에게 자동 발송하고, 발송이 실패하면 등기로 보낼 수 있는 시스템까지 구축해 놓은 상황”이라며 “수십억원을 들이지 않더라도 당장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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