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대는 일반대와 마찬가지로 고등교육법제 2조에 따라 설립된 고등교육기관이다. (자료=원대협) |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몇 안 되는 긍정적 변화 중 하나는 '교육의 디지털화'다. 한정된 공간과 시간에 제한을 뒀던 교육의 모습을 수십 년 앞당겼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원격대학(사이버대)은 팬데믹 이전부터 디지털 교육의 선진화에 앞장서 왔던 교육 모델이다. 사이버대가 국내에 설립된지 20년이 됐지만, 사회적 인식은 아직 제자리 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이버대를 학점은행제나 평생교육원과 유사한 교육기관이라 여기는 이들도 많다.
디지털 전환(DX) 시대에 교육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그 해법을 사이버대에서 찾아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이버대 심층 취재를 통해 미래 교육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사이버대가 지향하는 교육의 모습은 무엇인지 분석해봤다.
사이버대는 원격 형태의 교육을 하는 고등교육기관, 즉 대학이다. 2001년 평생교육법에 '원격대학 형태의 평생교육시설' 근거 규정으로 만들어졌지만, 2008년 고등교육법으로 이관됐다. 이에 사이버대도 일반대와 마찬가지로 고등교육법 제2조에 적용을 받는다. 고등교육법 제22조에 따라 주간, 야간, 계절, 방송·정보통신 매체를 활용한 원격수업과 현장 실습수업이 가능하다. 졸업 후에는 학위과정에 따른 통상적인 학위를 준다.
사이버대는 시공간 제약 없이 누구나 원격으로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일반적인 진로 교육뿐 아니라 직업교육, 재교육과 재취업, 선취업·후진학, 일학습병행 등 일반대에서 하는 모든 교육이 가능하다. 2023학년도 기준 신입생은 3만2572명으로 총 누적 졸업자 수는 42만6000여명에 달한다. 개인이 생애 전반에 걸쳐 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가치를 추구하는 만큼 학습자 연령층 일반대에 비해 넓은 스펙트럼을 갖는다.
원격은 말 그대로 수업의 한 형태다. 코로나 이전에는 대학에서 원격수업은 총 학점의 20% 이내로 제한했지만 전면 자율화됐다. 이제는 원격수업이 대학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사이버대는 설립 당시부터 원격수업을 통한 교육을 해왔다. 플랫폼 측면 일반대보다 진화한 형태인 셈이다.
학위 과정 역시 일반대와 같다. 대학은 전문학사학위와 학사학위가 있으며, 대학원은 특수대학원, 일반·전문대학원이 설치돼 있다. 현재 한양사이버대, 경희사이버대, 원광디지털대, 서울사이버대, 대구사이버대, 사이버한국외대, 세종사이버대, 고려사이버대, 부산디지털대 등 9개 사이버대에 17개의 대학원이 설치돼 운영 중이다. MBA, 도시건축공학, 사회복지학, 정보보호학, 상담심리학 등 전공도 다양하다. 한양사이버대는 올해 사이버대 최초 박사과정을 개설 승인을 받아 2024학년도 후기 박사과정 지원자를 모집한다.
김석권 한국원격대학협의회(원대협) 사무국장은 “사이버대는 학사학위 이상을 보유한 학생이 59%”라며 “고등평생교육 및 재교육 요구에 부합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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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사이버대의 강점은 무엇일까. 사이버대는 고도화된 학습 관리 시스템(LMS·Learning Management System)으로 수강과 학생을 관리한다. 시스템으로 출결석, 강의 이수, 학점관리 등 엄격한 학사관리가 이뤄진다. 출결이나 평가 방식이 일반대에 비해 수월할 것이란 생각은 선입견이다. 원격수업을 켜놓고 15분간 반응이 없으면 경고가 뜬다. 동시·비동시적 다양한 시험 방식을 운영하고, 온라인 부정행위 방지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코로나 당시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면서 일반대가 경험한 시행착오를 사이버대는 이미 거쳤다.
사전 제작하는 원격수업 콘텐츠도 사이버대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콘텐츠 관리 전담 조직이 기획, 설계, 개발, 운영, 평가 등을 총괄하며, 원격수업 연구를 위한 교수학습개발센터를 운영한다. 콘텐츠 1개를 제작하는데 많게는 3000만원 이상 소요되기도 한다. 콘텐츠 개발 주기는 3년으로 변화를 반영해 갱신한다. 콘텐츠품질관리위원회를 운영해 콘텐츠 질 관리에 나선다. 별도 기준 없이 원격교육지원센터를 통해 운영하는 일반대에 비해 체계적이다.
한 사이버대 관계자는 “사이버대 수업은 몇 개월간의 교수 설계를 거쳐 교과별 교수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모든 것을 기록화한다”며 “수많은 검토 과정과 수많은 전문가가 참여해서 만드는 사이버대 수업은 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물리적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수업하지만, 실습과 연습이 필수적인 예체능 수업도 가능하다. 서울사이버대 피아노과는 대표적이다. 교수가 피아노를 연주할 때는 카메라 3~4대가 다양한 각도에서 동시 촬영한다. 학생은 전체적으로 연주 장면을 볼 수 있고, 손가락, 페달, 악보 등 세부적인 장면을 선택해서 보는 것도 가능하다. '디스클라비아' 기술을 통해 피아노와 피아노를 네트워크로 교신해 원격 연주도 가능하다. 원격수업으로 교수와 학생의 일대일 지도가 이뤄진다.
사이버대 관계자는 “현재 일반대에서 원격수업이 많이 확산했지만 사이버대 이러닝 강의와 비교하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교수에게만 의존하는 교육”이라며 “강의실에서 이뤄지는 활동이 모니터링 되거나 평가되지 않으면 교수 재량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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