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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또, 경영분쟁 틈 노린 MBK…재계, 곱지않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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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개입
"지배구조 개선" 명분 내세워 공개매수
"취약한 지배고리 노린 기업사냥꾼 우려"

머니투데이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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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가 기업 내부 경영권 분쟁에 또 다시 개입한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명분이지만, 분쟁이 생긴 곳의 지분 캐스팅보트를 쥐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셈법이 깔렸다. 앞선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개입땐 사모펀드 통념상 '이례적'이었지만, 이번 고려아연 사태까지 반복되자 재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MBK 이익 극대화 전략에 기업 영속성이 흔들릴 수 있단 지적이다.

MBK는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이 지난 13일 공개매수 신고서를 공시하고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권 강화 목적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과 영풍 간 이어진 경영권 갈등에 MBK가 개입하는 것이 공식화된 것이다. MBK는 전일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 및 특수관계인(장씨 일가)'과의 주주 간 계약을 통해 이들 소유 지분의 '절반+1주'에 대한 콜옵션을 부여받는 방식으로 최대주주로 올라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계약 하루만에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해 현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가진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MBK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노리는 명분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다. MBK측은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추가로 취득, 훼손된 고려아연의 지배구조와 기업가치를 개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래 목적은 이익 극대화라는게 재계 중론이다. MBK 입장에선 분쟁이 생긴 곳에 개입하면 무엇보다 막대한 경영권 프리미엄 부담을 낮춰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M&A 시장이 위축됐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이 같은 낮은 프리미엄 부담의 매력은 더 높다. 낮은 부담으로 확보한 지분은 추후 기존 분쟁 당사자 등의 갈등이 이어지면 가치가 더 높아진다.

지난해 MBK가 한국타이어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섰을 때도 이와 같은 구조였다. 당시에도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워 오너가 장남과 연합해 차남의 경영권을 가져오려 했다. 국내에 기반을 두고 국내 기업과 공통의 이해관계에서 거래를 해온 토종 사모펀드 관례상 상당히 이례적 일이었다. 기업과 함께 덩치가 큰 매물을 인수하거나 기업 전략상 처분해야 하는 매물을 받아주는 것이 통상적 관계였다. 하지만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개입까지 불거지자 재계에선 분쟁 있는 곳에 대한 적극적 개입이 MBK의 핵심 수익 전략이 된 것으로 보기 시작한다.

이를 바라보는 재계 시선은 곱지 않다. 재계 입장에선 내부 갈등을 틈타고 들어와 경영권을 얻어 이익을 극대화하는 기업사냥꾼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략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업 핵심 사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돼 핵심 경쟁력을 키울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고려아연도 MBK의 전략을 같은 시각으로 본다. 이차전지 소재와 자원순환(폐배터리 리싸이클링), 신재생 에너지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공개 매수자들이 당사 경영권을 확보하게 될 경우 이러한 핵심적인 사업전략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다는 것. 고려아연측은 " 국가기간산업이자 장치산업인 비철금속 제련업의 특수성과 이 산업 영역에서 세계 1위에 오른 고려아연의 경쟁력도 상실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 재계 관계자는 "높은 상속세율 탓에 국내 기업은 3, 4세 오너 경영체제로 오며 지배력이 취약해진 경우가 상당수"라며 "이 같은 틈을 사모펀드가 집중 공략하는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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