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5일 오전 남산 곤돌라 착공식에서 2026년 운행을 앞둔 남산 곤돌라 캐빈을 공개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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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간 남산 케이블카를 운영해 온 한국삭도공업이 '예비 경쟁자'가 될 남산 곤돌라 공사를 중단하라며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삭도공업은 지난달 말 서울행정법원에 "남산 곤돌라 사업 부지에 대한 서울시의 도시시설 변경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곤돌라 운영을 위해서는 남산에 높이 30m 이상 중간 지주(철근 기둥)를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기존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는 12m 이상 지주를 설치할 수가 없기 때문에, 시는 대상지의 용도구역을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변경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삭도는 "서울시가 도시자연공원구역 해지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는 "'해지'가 아닌 '변경'으로 해지 기준을 따를 이유가 없으며,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삭도는 또 "남산 곤돌라가 운영될 경우 인근 학교의 학습권 침해, 자연환경 훼손 우려가 있고, 자신들이 재산 피해를 본다"며 곤돌라 공사 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남산 곤돌라는 25대의 곤돌라가 시간당 최대 1600명을 태우고, 명동역에서 200m 떨어진 예장공원 하부승강장과 남산 정상부까지 832m 구간을 오간다.
오는 11월 본공사 착공, 2025년 11월 준공이 목표다. 2026년 초 시운전을 거쳐 그해 봄부터 운행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오세훈 시장 과거 재임 시절인 2009년과 박원순 전 시장 때인 2016년에도 추진됐지만, 환경단체의 반대와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문제와 얽혀 무산됐던 바 있다.
하지만 시민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고 새로운 관광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곤돌라가 필요하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시는 지난 5일 남산예장공원에서 착공식을 열고 곤돌라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시는 "생태·경관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남산 곤돌라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시는 운행에 필요한 지주 5개 중 남산공원에 설치되는 지주를 2개로 하고, 경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높이를 15m 이상 낮춘 35∼35.5m로 변경했다. 또 철탑형이 아닌 원통형으로 설계해 경치를 덜 가리도록 했다.
아울러 남산공원 기본조례에 따라 곤돌라 운영 수익 전부를 생태환경 보전 사업이나 시민 여가 활동을 위해 사용할 방침이다.
지난 2017년 촬영된 남산 케이블카.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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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돌라 등장으로 약 60년 간 이어져 온 남산 케이블카의 독점 구도가 깨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한국삭도공업이 운영하는 남산 케이블카는 1961년 사업 허가를 받은 후 이듬해부터 사실상 '가족회사' 형태로 60여년 동안 운영 중이다.
사업 부지의 40%가량이 국유지지만 업체 측이 이익의 일부만 국유지 사용료로 납부하고 남산 관리나 환경 보전 등을 위한 공공기여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일부 제기됐다.
특히 2021년 남산에 관광버스 진입이 통제되고 남산 방문객이 케이블카에 몰리면서 막대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케이블카 운영사인 한국삭도의 지난해 매출은 약 195억원이다. 버스 진입이 중단되기 전이자 코로나 발병 전인 2019년(136억원)과 비교해 59억원(43%)이나 증가한 것이다. 현재 국유지 사용료는 1억원 안팎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남산 케이블카 독점 구도를 깨고 시설과 서비스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경쟁 구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삭도 측은 지난 2016년부터 시가 남산 곤돌라를 민간 투자사업으로 추진할 경우 자신들이 운영하겠다고 타진해 왔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시는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공공성 확보'를 이유로 곤돌라 운영은 서울시설공단에 맡길 예정이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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