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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세계 1위 기술 유출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점입가경…홈플러스 '자금난'·BHC '꼼수'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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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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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간 동업해온 고려아연 창업주인 영풍과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영풍이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한 지분 매입을 공식화하자 고려아연 측이 '절대적·약탈자 인수·합병(M&A)'이라면서 반대에 나섰다. 특히 고려아연의 사업 거점인 울산 정치권은 물론 일반주주들이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백기사(우호세력)'를 자처하고 나서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이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만큼 추후 정부와 정치권 등도 이번 사태에 관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재점화

영풍과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경영권 분쟁은 장형진 영풍 고문이 MBK 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겠다고 선포하면서다.

두 가문의 지분율이 비슷해 반격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장내시장에서 고려아연 주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경영권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지난 13일부터 10월4일까지 22일간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돌입했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66만원으로 전날 종가인 55만 6000원보다 18.7% 높다.

현재 영풍과 오너인 장형진 고문 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33.13%(685만9254주)이다. MBK파트너스 측은 전체 영풍 발행 주식 중 최소 7.0%에서 최대 14.6%를 공개매수할 계획이다. 여기에 투자되는 금액은 최대 2조원에 달한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MBK파트너스와 장씨 일가의 지분율은 기존 33.13%에서 최소 40.13%, 최대 47.73%까지 늘어나게 된다. MBK파트너스는 같은 기간 영풍정밀 주식도 주당 2만원에 최대 43.43%를 공개매수에 나서기로 했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다. 공개매수를 통해 과반의 지분을 확보,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확보한 뒤 이사회에 들어가 경영권을 차지하겠다는 구상이다. MBK파트너스는 영풍, 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 등과 주주간 계약을 체결해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하고 영풍 및 특수관계인 소유 지분 일부에 대해서는 콜옵션을 부여받기로 했다. 최종적으로는 MBK파트너스가 ㈜영풍 및 특수관계인보다 고려아연의 주식을 1주 더 갖게되며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고려아연 경영권을 공고히 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최윤범 회장으로부터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가져오려는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영풍과 MBK는 조만간 고려아연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할 계획이다. 사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원에 임시 주총 허가를 신청하고, 11월이면 개최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회·소액주주 등 인수합병 반대 움직임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나서자 지방자치단체, 정치권은 물론 소액주주까지 반기를 들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16일 긴급 성명을 내고 "고려아연에 대한 외국자본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며 "120만 울산시민과 함께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시장은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는 영풍이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며 이같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울산시의회도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은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직후 폐점과 구조조정, BHC 인수 후 가맹점주 상대 폭리와 과도한 배당 등의 전력으로 시장경제를 흐렸다는 비판과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며 "투기자본은 일자리를 창출하지도, 고용을 유지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려아연은 산업의 쌀이라고 하는 아연을 비롯해 각종 산업의 기초가 되는 소재들을 만들고 있다"며 "또 중국 의존도가 큰 니켈과 전구체, 동박 등 이차전지 분야에서 현대차, LG, 한화 등과 손잡고 탈중국 밸류체인의 중심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칫 중국 자본과 관련 기업들이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세계 1위 기업의 기술들은 해외로 유출되고 핵심 인력들의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일반주주들은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소수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 운영진은 "고려아연과 같이 주주환원율 최고의 회사는 소액주주가 작은 힘으로라도 지켜내 '동학개미'가 때로는 회사와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이겨내는 사례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MBK "고려아연 공개매수는 경영권 강화 차원

반면 영풍과 MBK 파트너스는 "공개매수는 명백한 최대주주, 1대 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며, 장씨와 최씨 일가의 지분 격차만을 보더라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적대적 M&A는 어불성설(語不成說)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20여년간 두 가문의 지분은 15%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지분 격차는 2022년 31.73%포인트까지 벌어졌고 2022년 최소 격차 15.75%포인트로 줄었으나 최근 다시 영풍과 장씨 일가 측 지분이 늘어나며 격차를 벌리는 중이다. 현재 영풍과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3.1%로 최씨 일가(15.6%)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고 MBK파트너스는 설명했다.

영풍은 "2대주주 최씨 일가와 이렇게 격차가 나는 최대주주가 경영권 강화를 위해서 시장에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려는 것이 어떻게 적대적 M&A로 매도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면서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경영해야 하는 본인의 역할을 저버리고 회사를 사적으로 장악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리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최대주주의 정당한 권한 행사에 부딪히자 반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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