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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코로나 용역' 보조금 10억 빼돌린 업체…항소심서 '실형→집행유예' 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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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만 원 상당 뇌물 받은 경기도 공무원 항소 기각 '실형'

뉴스1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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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경기도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행정 용역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보조금 10억 원가량을 빼돌리고, 공무원에게 270만 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형을 감경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제2-2형사부(고법판사 김종우 박광서 김민기)는 최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를 받는 행정 용역 업체 대표 A 씨(30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뇌물수수 혐의로 A 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도 과장급 공무원이자 전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이하 센터)장 B 씨(50대)에게는 원심과 같이 징역 8월과 벌금 600만 원을 주문했다.

A 씨는 2020년 12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센터 행정 지원 용역을 수행하며 허위로 인력을 추가해 기성금을 청구하는 등 방식으로 총 10차례에 걸쳐 보조금 10억 원가량을 편취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계약 변경 문제 등으로 사업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자 도 감독이 허술하게 이뤄지는 점을 악용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 감독과 기성 검사를 담당한 공무원들 역시 이를 묵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B 씨는 2021년 8월부터 2022년 2월까지 A 씨에게 인력 증원 등 편의를 제공하고, "고급 화장품 세트 10개를 준비해 줄 수 있겠느냐. 삼촌이 이런 부탁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며 6회 연속 시가 71만 5000원짜리 고급 화장품 세트 등 약 272만 원 상당을 수수한 혐의다. A 씨는 B 씨로부터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뇌물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A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각 계약에 정한 과업내용 및 기간을 초과해 용역을 제공하게 돼 센터 운영 주체이자 관련 예산 집행 권한을 보유한 도 공무원들과 허위 작업일지 등을 제출·보고하는 방법으로 대금을 충당받기로 하는 구두 합의를 했다"며 "해당 합의에 따라 용역대금을 청구해 지급받았으므로 '기망행위' 또는 '기망행위로 인한 착오'가 없었으며 보조금을 교부 받음에 있어 '거짓 신청이나 부정한 방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설령 도 공무원들에게 구두 합의, 즉 변경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었다 하더라도 용역 업체 대표자에 불과한 피고인은 그들에게 그와 같은 권한이 있다고 믿어 구두 합의가 유효함을 전제하고 과다청구에 이르렀다"며 "과다 청구에 따라 허위 작업일지 등을 기초로 지급받은 초과지급분은 피고인 운영 업체가 제공한 용역에 상응하는 대가로, 도에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뇌물' 부분에 대해서도 "B 씨에게 금품을 공여한 사실은 인정하나, 공여 시점에 B 씨는 센터장이 아니었고, B 씨에게 업무와 관련한 청탁도 한 바 없어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B 씨 측 역시 "A 씨로부터 받은 금품은 고급 화장품 세트 10개에 불과하고, A 씨가 개인적 친분에 의해 선물을 주는 것으로 알고 수수한 것"이라며 "센터장은 용역업체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도 않아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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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는 이들 모두 혐의가 일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 씨에게는 징역 3년을, B 씨에게는 징역 8월에 벌금 6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에 대해 "보조금으로 지급되는 용역대금 중 초과지급분을 편취 내지 부정 수급하고, 센터장 직무를 수행했던 B 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금품을 제공해 뇌물을 공여했다"며 "더욱이 피고인은 범행사실이 분명해 보임에도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범행을 부인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보조금 편취 및 부정 수급으로 인한 범죄와 관련해서는 이른바 코로나19의 대처라는 위기상황에서 용역 업무의 내용이 변동되는 등 계약변경의 필요성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범행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뇌물공여죄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청탁이나 편의 제공이 있었다고 볼 뚜렷한 근거를 찾기 어려운 점, 뇌물을 공여한 시점에 뇌물수수자가 관련된 구체적인 직무를 수행하고 있지는 않았던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라고 덧붙였다.

B 씨와 관련해서는 "직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아 수수해 업무 공정성과 불가매수성, 사회적 신뢰를 훼손시킨 범행이므로 그 죄질이 무겁다"면서도 "공무원으로서 성실하게 근무해 온 것으로 보이고, 직무와 관련해 구체적인 청탁이나 편의 제공이 있었다고 볼 뚜렷한 근거를 찾기 어려운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A 씨와 B 씨는 각각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사유로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 씨 혐의 가운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만 받아들였다. A 씨가 초과지급분이 보조금 및 지자체 보조금 등에 해당한다는 걸 알았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A 씨와 도가 주고받은 서류 어디에도 이 사건 각 계약에 따른 용역대금이 보조금 및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에서 집행된다는 내용의 기재가 없다"며 "A 씨는 나라장터 사이트에 접속해 사업자등록증, 견적서, 근무일지, 근로 사실 확인서 등 증빙자료를 첨부해 이 사건 각 계약에 따른 용역대금을 청구했으며 그 과정에서 A 씨가 작성한 각 기성금청구서, 완수금청구서에도 용역대금이 보조금 및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에서 집행된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원심은 A 씨에 대한 나머지 범죄사실을 상상적 경합범으로 봐 하나의 형을 선고했으므로 A 씨와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 판결 중 A 씨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다시 판결한다"며 "B 씨와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밝혔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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