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 달 반 동안 20차례 오물풍선
물러선 적 없는 남과 북, 사태 키워
통일에 대한 상반된 접근 방식이 배경
오물 풍선 살포 장기화 될 듯
지난 5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에서 쓰레기 풍선이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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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피하면 겁쟁이?
북한은 지난 5월 26일 대북전단을 “오물”로 규정하고 “맞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틀 뒤 첫 번째 오물 풍선을 보냈다. 두 번째 풍선이 날아온 뒤 정부는 접경지역의 안전핀이었던 ‘9·19 남북 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했다. 민간단체는 다시 대북전단을 보냈고, 역시 세 번째 풍선이 날아왔다.
악순환은 반복됐다. 8번째 풍선 뒤에는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됐다. 북한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10번째 보낸 풍선 중 하나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경내에 떨어지기도 했다.
남과 북은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즉각 대응을 하지 않은 적은 있지만, 항상 상대에게 약하게 보이길 꺼려했다. 그 결과는 1억 52만원(1~11차 풍선 살포 기간 기준)의 재산피해로 나타났다. 서울·경기 등 4579곳에 떨어진 풍선을 치우기 위해 든 공력은 뺀 금액이다.
우발적 무력 충돌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대북 방송이 재개됐을 당시 북한과 남한이 고사총과 155㎜ 포탄을 주고받은 것과 같은 일이 펼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26일부터 개최되었던 연말 전원회의가 30일 결속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12월 31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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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두 국가 VS 자유통일론
남과 북이 물러서지 않은 배경에는 남북관계 규정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자리하고 있다. 남·북은 1991년 9월 유엔(UN)에 동시 가입했다. 국제법 상 두 개의 국가다. 통일의 근거가 없어진 셈이다. 그해 12월 남과북은 자신들의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규정했다. 임시 방편으로 통일의 근거를 만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남북 대화와 교류가 진행됐다.
북한이 먼저 등을 돌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대한민국 족속들과는 민족 중흥의 길, 통일의 길을 함께 갈 수 없다”고 선언했다.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재규정했다. 김일성·김정일 때부터 이어져 온 ‘1국가 2체제 연방제 통일’ 방안을 포기한 이유는,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체제보존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의미다. 남한에게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단일국가로서 외교에 힘쓰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자유민주주의 통일론’을 내세우고 있다.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정한 헌법 3조와 통일은 자유민주적 가치에 입각해야 한다는 헌법 4조를 근거로 한다. 이는 지난달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으로 공식화됐다. 독트린은 ‘북한 주민과 함께 자유통일을 열망하자’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현실적인 말로 바꾸면 ‘대북전단을 더 많이 보내, 북한 주민들이 북한 체제에 불복종 또는 이탈하게끔 하자’는 말과 같다.
요약하면, 남북한의 속내는 이렇다. 북한은 ‘우리는 남한과 아무 관계없는 남이다. 그러니 대북전단으로 우릴 건들지 말라’고 한다. 반면 남한은 ‘북한 주민은 남한의 주민이다. 그러니 남한에 동화되도록 하자’고 한다. 이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대북전단과 오물 풍선의 배경이다. 남북한 모두 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매우 낮다. 따라서 현 정부에서 오물 풍선은 더 오랜 기간 날아올 공산이 크다. 국민의 피로도와 사고 위험 역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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