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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 벤처스라는 미국 벤처캐피털 대표인 에일린 리는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어떤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고민을 하다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를 받은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분석했다.
투자를 유치한 6만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39개가 무려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에일린은 스타트업 기업가치가 짧은 시간에 천문학적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놀랍고 신기해서 이러한 기업을 상상 속의 동물인 ‘유니콘’으로 명명하고 관련 자료를 2013년 11월 ‘테크크런치’라는 잡지에 공개했다.
에일린은 유니콘을 ‘업력 10년 미만의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로, 투자자에 의해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비상장 스타트업’이라고 정의했으며, 유니콘이 될 확률은 0.065%(6만개 중 39개)이며, 10년동안 39개가 나왔으니 앞으로도 1년에 4개정도 유니콘이 탄생할 거라 했다.
그런데 사실 에일린이 분석한 데이터는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회사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될 확률은 그보다 훨씬 낮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1개의 투자를 위해 평균 400개 회사를 검토한다고 하니 확률은 0.00016%에 불과하다.
유니콘 탄생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지금은 ‘업력, 국적과 분야 상관없이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전 세계 모든 스타트업’을 지칭하며, 성공 스타트업의 아이콘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유니콘을 둘러싼 열기가 지나치게 과열돼 있고 개념에 대한 오해도 많아졌다. 1년에 4개정도의 유니콘이 탄생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2014년부터 매년 수십개가 나타나더니, 2018년부터는 매년 수백개의 유니콘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다 2021년에는 세계적인 유동성을 등에 업고 700개 이상이 태어나면서 ‘유니콘의 해’로 불렸다. 2022년이후 2024년 현재까지 세계적인 경제침체 속에서도 500개정도의 신규 유니콘이 생겨나면서, 이제는 전설속의 동물이라는 의미가 무색해졌다. 미국 언론에서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얼룩말(Zebra) 정도로 여기며, 더 이상 신기하지도 희소성도 없는 존재가 됐다.
스타트업은 엔젤이나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전까지는 이른바 ‘Sweat Equity’로 불리는 창업자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로 버티며 ‘죽음의 계곡’을 건너야 한다. 죽음의 계곡은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고 시제품을 출시해 매출이 발생하기 직전까지의 시기를 말한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여기서 버티지 못하고 사라진다.
우여곡절 끝에 죽음의 계곡을 무사히 건너면 드디어 본격적으로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을 수 있다. 스타트업에 이루어지는 투자에는 흔히 시리즈나 라운드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회성 투자로 그치지 않고 단계별로 여러 번에 걸쳐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비즈니스에 필요한 전체 자금을 한 번에 투자받지 않는다. 성장 단계별로 그 단계에서 필요한 자금만 조달하고,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그 다음 단계를 위한 돈을 확보한다. 스타트업은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절대 한 번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고, 사업의 진척 상황과 시장 현황을 파악하면서 돈을 나눠서 넣는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은 투자자와 약속한 일정대로 회사를 성장시켜야 다음 단계 투자를 받을 수 있다. 예정대로 진행이 되지 않으면 이미 투자가 많이 되었더라도 투자는 중단되고 스타트업은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펀딩은 학생들이 한 학년을 보낸 후 자연스럽게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듯 순조롭지 않다. 엔젤 투자를 포함해 투자받은 전체 스타트업의 약 80% 정도는 초기 투자 단계에서 게임을 마친다. 후기 투자로 갈수록 투자 규모는 커지지만, 생존율은 급격히 낮아지는 것이다. 이 모든 역경을 견디며 탄생한 스타트업이 유니콘이다. 그러나 이렇게 탄생한 유니콘도 걸림돌 없이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니콘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인 크런치베이스, 씨비인사이트, 후룬연구소 등의 자료를 종합해보면 2024년 8월 말 현재 세계에 약 2800개 이상의 유니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냉정하게 보면 사실 유니콘은 성공한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첨단 기술이나 고용창출, 고수익 등과는 상관없이 단지 투자자 관점에서 투자를 통해 대박이 날 수 있을 것 같은 기업을 의미했던 것이다. 유니콘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의 분석에 따르면 처음 유니콘이 되기까지 창업 후 5~6년이 소요되고, 평균 1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평균 조달금액은 10억 달러를 약간 넘는 것 나타났다. 이렇듯 유니콘을 둘러싼 게임은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이 투입되는 진짜 쩐의 전쟁이다.
유니콘은 엑시트에 성공해 ‘엑시콘(Exitcorn)’으로 화려하게 비상하기도 하지만, 한순간에 가치가 급락하며 ‘유니콥스(죽은 유니콘)’가 되기도 한다. 또한 엑시트가 힘들어진 상태에서 파산은 안 했지만 제대로 된 비즈니스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힘들게 버티고 있는 좀비콘(좀비 유니콘)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유니콘 중에서 진정한 성공을 의미하는 엑시콘이 되는 비율은 20%미만으로 알려졌다. 그렇기 때문에 최고의 기술로 인정받고 뛰어난 비즈니스모델로 평가받아서 거액을 유치하여 유니콘이 되어도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유니콘도 아직 갈 길이 먼 덩치가 큰 스타트업일 뿐이다. 성공적인 엑시트를 향해 가는 세상의 모든 스타트업을 응원한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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