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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서울대·의대 정시 합격 20% 강남 3구…왜 지금 지역비례 선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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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지역비례'로 뽑자]③출신지역 반영 선발 대표 '미국'

지방 인재 발굴해 교육 질 제고·집값 상승 완화 효과 기대

[편집자주] 한국은행이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입시경쟁 과열 해결책으로 제시하면서 교육계가 들썩이고 있다. 한은이 교육문제까지 발 벗고 나선 것은 서울, 특히 강남3구에 집중된 교육열이 수도권 집중, 집값 상승, 저출산, 국가 성장 잠재력 약화로까지 이어진다는 문제의식에서다. 한은의 제안은 학생의 잠재력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거주지역 효과가 서울 주요 대학 진학을 결정한다는 교육계의 오래된 숙제와도 맞물린다. 그러나 주요 대학이 단순히 지역별 학생수에 비례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뉴스1은 '지역별 비례선발제'가 나오게 된 현실과 기대 효과, 보완점 등을 5회로 나눠 점검한다.

뉴스1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의대진학 홍보 문구가 붙어 있다. 024.7.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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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강남 3구로 이사할 여력은 되지 않고 'SKY'(서울·고려·연세대) 못 보낼 바엔 차라리 중학교 때 말레이시아로 유학 보내 싱가포르 대학을 노릴까 합니다", "아이 대학 보내고 난 뒤 바로 강북으로 복귀했어요", "강남에서 '현강'(현장 강의) 듣기 위해 새벽부터 대신 줄 섰어요"

자녀의 대입을 앞두거나 치른 학부모들이 저마다의 경험을 공유하자 달린 댓글이다.

교육관련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지난해 2019~2022년 서울대와 전국의대 신입생의 출신지역'을 분석해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대 수도권 출신 신입생 비중은 2019년 61.8%, 2020년 63.7%, 2021년 63.4%, 2022년 64.6% 등 해마다 늘었다.

특히 정시 전형에서는 전반적으로 강남 3구로의 쏠림이 눈에 띄었다. 전국 의대 정시 모집에서 강남 3구 출신 신입생 비율은 2019학년도 20.8%, 2020년 21.7% 2021년 22.3%, 2022학년도 22.7%로 계속 상승세다. 서울대 정시에서도 강남 3구 출신은 2019학년도 20.6%, 2020년 23.1%, 2021년 22.7%, 2022학년도 22.1%였다.

당시 사걱세 관계자는 "서울 '강남' 출신 잘 사는 집 애들이 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 많이 가게 됐다는 것이고 결국 대학 서열과 경제적 서열이 일치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국가 전체적으로 교육적인 측면에서 봤을 땐 출발선이 다른 하위계층에 기회균형선발, 지역균형선발 확대 등으로 어느 정도 기회를 주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역 인구 비율 반영 선발, 기준·방법 '자유'

역대 정부가 입시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제시한 수많은 정책과 사교육 경감 대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입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늘어나는 의대 정원으로 'N수생'까지 대거 수능에 합류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대입 결과를 봤을 때 수능 위주의 정시가 N수생 또는 서울 일부 지역 학생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주장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역시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거주지역'에 상위권 대학 진학이 결정되는 만큼 신입생을 지역별 학생 수에 비례해 뽑는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했다. 주요 상위권대가 자발적으로 입학정원의 대부분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되, 선발기준과 전형방법 등은 대학이 자유롭게 선택하자는 취지다.

사회경제적 배경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 잠재력을 갖춘 지방인재를 효과적으로 발굴하고, 대학 내 다양성을 확대해 수도권 인구집중, 저출산 등의 문제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한은은 기대했다.

정종우 한은 경제연구원 과장은 경제적·교육적 불평등 때문에 재능 있는 인재가 자기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기회의 창을 열지 못하는 '잃어버린 아인슈타인' 현상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출신지역 반영 선발 '대표주자'

미국의 경우도 부모의 소득에 따라 '아이비리그'로 불리는 명문 사립대에 합격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버드 학자들로 구성된 '오퍼튜니티 인사이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 소득 61만 1000달러(7억 8000만 원) 이상인 상위 1% 부모를 둔 학생이 아이비리그에 합격할 확률은 같은 SAT 점수를 받은 학생에 비해 34% 높았다.

이에 미국은 일찍부터 지역선발제를 도입했다. 앨런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인재는 어디에나 존재한다"며 "대입에서 학생의 출신지역을 고려해 학문적 재능 등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텍사스주에선 1998년부터 '내신 상위 10% 자동입학제'를 도입해 출신지역을 명시해 신입생 선발기준으로 활용한다. 내신 상위 10% 이내로 졸업한 학생은 원하는 텍사스 내 주립대에 자동으로 합격할 수 있도록 하는 무시험 입학제도다.

제도 시행 이후 텍사스주립대 오스팀 캠퍼스에선 2015년까지 명문고교 졸업생의 입학률은 감소했지만 소외지역역 고교 졸업생의 입학률은 증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는 신입생을 선발할 때 캠퍼스 내 지역적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출신 지역을 주요 사회경제적 배경의 평가항목으로 반영하고, 미시간대는 출신지역을 기준으로 장학금 수혜대상을 선정학 있다.

◇"한국 입시 상황 맞게 탄력적 대처할 수 있어야"

교육계에선 과도한 입시 경쟁을 줄이기 위해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의견과 동시에 학령인구 감소 추세 속 우리나라의 환경에 맞게 탄력적인 대처가 가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의 한 국립대 총장은 "이상적으로 시행된다면 미래의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주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며 "각 대학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까지 보장할 건지, 전형 방법 등을 정하는 세부 기준에 대해선 자세한 가이드라인이 세워져야 한다"고 짚었다.

rea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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