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9 (목)

[VC는 지금]⑭얼머스인베 "'신뢰'·'속도' 함께 잡으며 투자 성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5년 경력' 손양철 얼머스인베스트먼트 대표 인터뷰

세컨더리 펀드 시장서 두각…"관련 시장, 갈수록 확대될 것"

"빠른 의사결정 위해 산업 리서치, 사전준비 최선"

편집자주벤처캐피털(VC)은 자본시장의 최전방에서 미래 산업의 주축이 될 초기 기업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탓에 VC 업계도 부진을 겪고 있지만 될성부른 기업을 물색하고 키우는 노력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업력과 노하우를 축적한 초대형 VC에서부터 신생 VC까지 다양한 투자사를 만나 투자 전략과 스토리를 들어본다.
"핵심 인력 대부분이 회사 주주라서 자유롭고 독립된 운용이 가능합니다. 출자자(LP)와 투자기업, 임직원 간 신뢰를 통해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비결이죠. 덕분에 빠른 투자도 가능했습니다. 펀드 결성 2년 내 투자를 완료하고,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를 남기지 않고 있습니다."

2018년 출범한 얼머스인베스트먼트는 세컨더리(구주 인수), 그로쓰캐피털(성장형 투자),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며 약 6년 만에 운용자산(AUM) 3200원 규모로 성장한 중견 벤처캐피털(VC)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얼머스인베스트먼트 본사에서 만난 손양철 대표는 '신뢰'와 '속도'를 하우스의 중심 철학으로 꼽았다.

손 대표는 "결국 투자는 '의사결정'이다. 집중적인 내부 토의를 통해 기업의 위험성과 팀워크, 사업 성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며 "투자를 하든 하지 않든, 질질 시간을 끄는 것은 상대 기업 입장에서도 손실이기 때문에 빠른 결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손양철 얼머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인터뷰에 앞서 회사 로고 앞에서 촬영에 응했다. 사진=허영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본금 직접 출자해 VC 설립…세컨더리 펀드 강점"
손 대표는 1997년 신용보증기금(신보)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중소기업 대표들을 직접 만나 신용평가·분석 및 대출 보증 업무를 수행하던 그가 VC 업계에 첫발을 들인 것은 2000년이다. 손 대표는 "신보의 자회사인 신보창업투자로 자원해 옮겨갔다. 당시 상사가 뜯어말렸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며 "성장성을 갖춘 기업에 투자하고, 성공 시 이익을 같이 향유하는 적극적인 투자 활동에 매력을 느꼈다. 언젠가 직접 VC를 설립하겠다는 목표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화이텍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이앤인베스트먼트 등에서 VC 투자를 담당한 손 대표는 파트너 4명과 자본금 101억원을 출자해 독립계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인 얼머스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회사 이름은 '신뢰'란 뜻을 내포한 참느릅나무의 라틴어 학명 얼머스(ulmus)에서 따왔다.

투자의 핵심축은 '세컨더리 펀드'다. 손 대표가 한국VC협회 연수원 신규인력 양성 과정에서 세컨더리 투자에 대한 강의를 맡을 정도로 전문성을 갖춘 분야다. 얼머스인베스트먼트에선 2019년과 2022년, 올해 모태펀드가 주축출자자(앵커LP)인 세컨더리 펀드가 결성됐다. 특히 2022년 12월 결성된 펀드에선 투자 포트폴리오 중 3개가 바로 엑시트(회수)됐고, 올해 상반기에 출자 원금의 25%가 LP에 배분됐다. 올해 상장한 엔젤로보틱스코셈에 대한 멀티플은 각각 4배, 3배에 이른다.

손 대표는 "벤처투자는 회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펀드 만기나 회수 지연, 금융시장 경색 등으로 '중도 회수'에 대한 수요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세컨더리 딜의 핵심은 초기 투자 대비 빠른 회수가 필요한 '조기 회수' 시장이란 점, 포트폴리오 자산에 대한 현금 유동화를 시도하는 매도자에게 할인율이 적용되는 '할인 매입' 개념이 존재한다는 점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시장에서 펀드가 더 많이 만들어질수록, 세컨더리 딜은 코스닥 시장 침체기와 무관하게 활성화될 것"이라며 "지난 2월 결성한 세컨더리 펀드가 500억원 규모인데, 현재까지 300억원의 투자를 진행했다. 계획했던 회수 기간이 틀어지고 시장이 경직된 상황이 잇따르며 세컨더리 펀드 시장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아시아경제

서울 강남구 얼머스인베스트먼트 사무실. 얼머스(참느릅나무)라는 이름처럼 키 큰 나무 화분들이 사무실 곳곳에 서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속도를 중시하는 투자…충분한 사전 조사와 내부 논의가 뒷받침"
얼머스인베스트먼트는 기본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에 주목한다. 손 대표는 "최근엔 인공지능(AI) 로봇과 항공우주, 바이오 분야 등을 관심 있게 본다"며 "어떤 분야가 발전하든 지속적인 수요가 뒤따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도 계속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투자한 '아우토크립트'는 자동차 보안 기술을 개발해 소프트웨어 해킹 위험성을 방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손 대표는 "핸드폰이 컴퓨터화됐듯, 자동차도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들어간다. 내부 보안, 차량 간 통신, 차량과 교통체계 간 통신 등에서 해킹 위험성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아우토크립트는 자체 소프트웨어를 대형 자동차 제작 업체에 납품하는 동시에, 아시아에서 유일한 자동차 소프트웨어 인증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얼머스인베스트먼트는 아우토크립트에 누적 80억여원을 투자했고, 이달 중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배터리 상태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피엠그로우'에도 약 60억원을 투자했다. 손 대표는 "자동차용 배터리의 효율이 75% 수준으로 떨어지면 에너지저장장치(ESS) 용도로 쓰인다"며 "최근 전기차 화재로 불안감이 큰데, 피엠그로우는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첫 배터리 상태 인증기관으로 선정됐다. 오는 11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연세대 세브란스 출신 전문의 등이 설립한 에이아이트릭스(AITRICS)에도 2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손 대표는 "AI 기술로 중환자실에서 중환자가 언제 사망할지, 위험 신호를 알려주는 진단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첫 투자 당시보다 월 매출이 급성장했다. 현재 에이아이트릭스의 서비스를 33개 병원에서 사용한다. 멀티플 5배 이상을 기대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빠른 의사결정과 투자·회수 성과를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이유는 평소 산업 리서치와 사전 준비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운용인력이 주주인 독립계 신기사로서 독특한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동시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과를 내 LP들의 신뢰를 받겠다"고 덧붙였다.
아시아경제

손양철 얼머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인터뷰 중 발언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