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중국의 한 부동산 개발업체가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주택 판매 광고 포스터. '집을 사면 개인용 비행기를 드린다'는 문구를 내걸었다./자오상서커우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국 부동산 시장의 장기 불황 속에 부동산 기업들이 주택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비행기와 순금 등을 ‘사은품’으로 내걸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중국 부동산 시장이 2021년부터 고꾸라지고 소비 둔화가 가속화된 가운데 부동산 업체들이 ‘겨울나기’에 돌입한 것이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자오상서커우는 지난달 20만위안(약 3800만원) 상당의 비행기 선물 패키지를 제공한다고 광고했다. 이 ‘사은품’에는 파일럿 면허증, 100시간의 비행 이용권, 개인용 비행기 소유권 5% 등이 포함됐다. 비행기를 사은품으로 선택하지 않으면 20만 위안을 주택 가격에서 공제하게 된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에버그란데가 베이징에 건설한 주택 단지. / 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최신 모델의 전기차나 순금을 사은품으로 증정하는 부동산 기업들도 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선전 남산구의 새 부동산 분양 프로젝트에서는 ‘주택 구매 시 황금 증정’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주택 유형에 따라 888g과 1388g의 금을 선물한다. 중소 도시에서 집 한 채 값인 황금을 고급 주택 구매자에게 선물로 주는 셈이다.
중국에선 부동산 장기 침체로 헝다·비구이위안 등 민간 부동산 개발 업체들이 잇달아 파산했고, 완커 등 국영 부동산 기업들도 올해 상반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8월 중순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70개 주요 도시의 신축주택 가격 추이를 보면, 전월 대비 가격이 하락한 곳이 전체의 94%(66개)에 달했다. 주요 도시 절반은 14개월 연속 집값이 내렸다. 올해 상반기 중국 부동산 개발 투자는 작년 대비 10.1% 감소했고, 분양주택 판매액의 하락 폭은 -25%에 달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정부가 1조 달러(약 1370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란웨이러우(짓다 만 건물) 문제도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시한 폭탄’이다. 중국에서 적어도 4800만 채에 이르는 주택이 판매된 이후 자금난 등으로 완공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이 같은 수치를 공개하며 2015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중국의 선분양 미완공 주택 수가 독일(인구 8380만 명)의 전체 주택 수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중국의 주택 사전 판매는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상황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중국 국가통계국 데이터를 인용해 올해 1~7월 신규 주택의 사전 판매가 약 30% 급감했다고 전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부동산 위기가 내년 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왕단 항성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월 국제금융포럼에서 “지난해 중국에선 주택 준공 면적은 늘어났지만 부동산 신규 투자와 주택 분양액은 감소한 ‘주택 재고 과잉’ 현상이 심각했다”면서 “이런 추세가 2025년 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신용평가기관 S&P 글로벌은 작년 4월 보고서에서 “중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가 2024년 말에 최고조에 이르고, 부실 여신 규모는 최대 6600억위안(약 126조원)”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부동산 버블은 2000년대 이후 부동산에 의지해 국가가 고속 성장을 이어온 결과로 여겨진다. 중국은 시장경제 도입 이후 수요 창출을 위해 부동산 개발을 필두로 도시화에 속도를 냈고,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풀린 돈은 부동산 시장으로 끝없이 흘러갔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버블을 해결하기 위해 2018년부터 부동산 업체를 겨냥한 각종 규제책을 내놓으며 점진적인 문제 해결을 시도했지만,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충격파가 예상보다 커지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중국 지방정부가 부동산 개발을 세수 확보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했기에 중앙정부가 부동산 문제에 단호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은 적고 채권 발행은 어려운 지방정부들은 토지사용권을 민간 기업에 높은 가격으로 팔아 재원으로 삼았는데,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가 올린 땅값이 집값 상승을 자극했다. 중국 기업 중에서 자동차·전자 분야 등을 빼면 대부분이 부동산 투자를 중요한 수입원으로 삼았을 정도였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 침체의 충격파를 기업, 개인에게 강제로 분담시키며 ‘경착륙’을 일부 감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첨단 기술 산업(신품질 생산력)을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공언한 것은 부동산을 앞세운 과거의 ‘성장 공식’을 타파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다만 란웨이러우 등의 문제는 사회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국가가 나서서 일괄 구매하거나 민간 부동산 기업들을 국영기업들이 인수해 정상화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