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매체 인터뷰서 인종차별 폭언 뱉어
트럼프 '개·고양이 취식' 발언 논란 가열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 7월 13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밀워키=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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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미 보수 매체 인터뷰에서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을 향해 인종차별적 폭언을 쏟아 부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아이티 이민자를 겨냥 “개·고양이를 잡아먹는다”고 비난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에 이어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 12일 한 미국 보수 방송매체 인터뷰에서 “아이티 인구통계학적 구성과 평균 지능지수(IQ)를 봐라. 여러분 나라(미국)로 제3세계(아이티)를 수입하면 여러분(미국인)이 제3세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티 국민들은 모두 IQ가 낮으며, 이들이 미국으로 이민 올 경우 미국인들의 지적 능력까지도 떨어질 것이라는 의미였다.
"인종 차별 정당화하려는 사이비 과학"
이 같은 트럼프 주니어 발언은 전형적인 혐오 표현에 해당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집단 내 개인들의 개별성을 무시한 채 국가·인종만을 근거로 ‘지능이 낮다’고 싸잡아 매도한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NYT는 “트럼프 주니어는 (자신이 언급했던) ‘인구통계적 구성’이 무엇인지 정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사이비 과학을 사용하여 인종적 열등에 대한 거짓 주장을 정당화하려고 했다”고 비판했다. IQ가 지적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로 사용하기 적절한지도 논란거리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주니어는 혐오 발언을 하면서도 끝까지 당당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 12일 방송에서 “(내 발언은) 기본적인 것”이라며 “인종차별적이지 않고 사실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스스로도 자신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올 것임을 의식하고 ‘인종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미리 단서를 달았던 셈이다. 해당 발언이 인종차별 아니냐는 NYT 논평 요청에 트럼프 대선 캠프는 답하지 않았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UPI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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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겨냥 테러 협박 급증
이번 트럼프 주니어 발언은 트럼프가(家)에 만연한 후진적 인권의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고 NYT는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지난 10일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첫 TV토론에서 오하이오주(州) 스프링필드로 이주한 아이티계 이주민을 겨냥해 “미국인들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며 경악스러운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발언 이후 스프링필드에서는 아이티 이주민을 겨냥한 테러 위협이 급증했다고 NYT는 전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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