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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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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10명 성폭행' 박병화, 수원 전입 후 웃지 못할 '월세 지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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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폭탄 돌리기' 논란

사라진 '한국형 제시카법'…'無대책'에 시민 고통

(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연쇄 성범죄자' 박병화(41)가 경기 수원시로 기습 전입한지 4개월을 넘긴 시점, 시민 불안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범죄자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는 까닭에 '폭탄 돌리기'식 반발 역시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지역사회 안전 확보'를 명목으로 투입되는 치안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등 지루한 소모전도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위험 흉악범들이 출소할 때마다 한결같은 논란이 불거지는 만큼 입법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묘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뉴스1

과거 경기 수원시 일대에서 여성 10명을 연쇄 성폭행한 일명 '수원 발발이' 박병화가 출소 후 2년여간 화성시에 머물다 수원시로 되돌아온 가운데 16일 오후 박병화의 거주지로 알려진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한 오피스텔 주변에 경찰 병력이 순찰을 돌고 있다. 2024.5.16/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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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사이 이사 가고, 방문객 줄고…많이 바꼈죠"

15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S 타워에서 마주친 여성 입주민 A 씨는 '박병화'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치를 떨기 시작했다.

A 씨는 "박병화가 이곳으로 이사온 후 참 많은 게 바꼈다"며 "저만 놓고 보더라도, 불안감을 못 이겨 귀가 시간을 앞당기고 호신도구까지 구매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이곳 저층에 있는 상가를 찾는 손님들도 과거와 비교해 확실히 줄었다고 들었다"며 "심지어 이사를 가는 입주민도 봤다"고 전했다.

A 씨 등 입주민 불안감은 S 타워 분위기가 그대로 증명하고 있었다. 한산하다 못 해 공포감이 몰려올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S 타워 주변에 사는 이들도 불안하긴 매한가지. 폐쇄회로(CC)TV와 가로등이 설치되지 않은 '범죄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B 씨는 "제 집은 S 타워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불안하다"며 "경찰이 수시로 순찰을 돌고 있긴 하나 그래도 범죄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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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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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10명 성폭행…수원·화성에 떨어진 '폭탄'


'수원 발바리' 박병화는 2002~2007년 수원시 권선·영통구 일대 주거지에 침입해 20대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2022년 10월 31일 만기 출소했다.

이후 화성시 봉담읍 수기리의 한 원룸에 거주해 왔다. 이곳은 수원대 후문과 약 200m, 수기초와 직선거리로 약 400m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그러자 당시 화성 지역사회는 박병화 출소 당일부터 '퇴거 촉구' 기자회견과 집회를 잇따라 개최하는 등 격하게 반발했었다.

박병화 원룸 주인 A 씨가 그를 상대로 명도소송(토지 및 건물 인도 청구의 소)까지 제기했으나 끝내 패소하는 상황도 빚어졌다.

이후 박병화는 지난 5월 14일 S 타워로 이사했다. 이곳은 20층 규모 주상복합 오피스텔로, 총 251세대가 거주 중이다.

경찰은 박병화 이사 전날인 13일 오후 법무부 산하 수원보호관찰소로부터 '박병화 거주지 이전'을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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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수원 발발이'로 불리는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의 자택 앞에서 지역 학부모들과 정명근 화성시장이 법무부를 규탄하며 박병화의 퇴거를 요구하고 있다. 2022.11.1/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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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계동에 유동인구 많은데"…수원시민 반발 심화


현재 S 타워 주변에는 수원지역 최대 유흥가인 인계동 중심 상업지역(인계박스)과 지하철역, 대형마트 등 유동인구가 많은 시설이 들어서 있다.

이 때문에 수원 지역사회 역시 같은 달 24일부터 '박병화 수원 퇴거 촉구 민관 합동 집회'를 개최하는 등 집단 행동을 벌였다.

첫 집회에는 가정폭력상담소, 가톨릭 여성의 집 등 7개 시설과 경기도 여성단체협의회 수원시지회, 인계동 통장협의회 등 9개 단체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당시 이들은 "연쇄 성범죄자가 번화가에 거주해 주민들의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며 "우린 중대 성범죄자를 수원시민, 인계동 주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쇄 성범죄자 퇴거 촉구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며 "우리 뜻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들은 안전한 사회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며 재발 위험이 높은 고위험 성범죄자를 강력 처벌토록 하는 법안 제정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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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경기 수원시장(사진 오른쪽 2번째)이 20일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 거주지인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한 오피스텔 주변에서 경찰 등 유관기관과 합동순찰을 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2024.5.20/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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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CCTV 설치…'박병화' 오자 투입된 예산 5억원


이처럼 박병화 기습 전입에 따른 시민 불안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수원시는 '예비비'를 편성하는 등 즉각 대응에 나섰다.

예비비란 장래를 대비해 비축하는 자금으로, 일종의 비상금 성격이다. 예비비를 편성하기 위해서는 '예측 불가능성' '시급성' '보충성' 등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예비비 총 금액은 1억 3020만 원으로, △초소설치비 △초소운영비 △홍보물 △시민 안전 물품 구입 △운영비 △CCTV 및 비상벨 설치비 △인건비 등 7개 항목으로 나뉘어 편성됐다.

화성시도 박병화가 머문 19개월 남짓 기간 동안 총 3억 4162만 원에 달하는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시와 화성시가 박병화에 대응하기 위해 소요한 예산만 4억 7182만 원, 대략 5억 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지자체 입장에선 시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CCTV 설치 등 예산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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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시청 인근에서 열린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 수원퇴거 촉구 합동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박병화의 수원퇴거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5.2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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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치 월세 지원"…계속되는 '폭탄 돌리기' 논란


그러나 박병화를 둘러싼 거주지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S 타워 관리 주체는 '박병화 이주'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박병화와 접촉하고, 인근 오피스텔 관리 대리인에게 내용증명까지 발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내용증명에 담긴 박병화 이주 사유는 △사무용 호실이 많은 점 △인근 오피스텔 관리 대리인이 박병화 재범 방지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사람이라는 점 등이다.

특히 S 타워 관리 주체는 박병화에게 인근 오피스텔로 이사해 4년간 거주할 경우 2년치 월세를 지원하겠다는 제안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S 타워 관리 주체는 조만간 입주자대표회의를 열고, 박병화 이주 안건을 의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주를 좌우하는 건 박병화 의지다. S 타워 관리 주체 뜻과 달리 박병화가 이주를 거부할 경우,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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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후 경기 과천 법무부에서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법(한국형 제시카법) 등 입법 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10.2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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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한국형 제시카법'…'無대책'에 시민 고통만

일각에선 박병화 등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초등학생을 성폭행해 복역하다 2020년 12월 출소한 조두순(72)은 안산시 한 빌라를 월세로 계약했다가 주민 반발을 샀다.

2022년에는 미성년자 12명을 성폭행한 김근식(56)이 출소해 의정부시로 이사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을 비롯한 지역사회가 들고 일어났다.

문제는 고위험 성범죄자는 앞으로도 계속 출소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고위험 성범죄자는 2022년 말 기준 325명이다.

연도별 출소 예정 고위험 성범죄자는 △2023년 69명 △2024~2025년에 각각 59명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한국형 제시카법'으로 불리는 고위험 성폭력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등에 관한 법률을 입법 예고하기도 했으나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미국이 2005년 제정한 '제시카법'은 아동 대상 성범죄자는 출소 후 학교와 공원 등으로부터 약 610m 이내에 거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고위험 성범죄자를 완전히 고립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면서도 "예산·인력을 늘려 교화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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