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현장 챙기는 모습 연출…연일 '지방발전 정책 성공' 다그쳐
천막 기거 아동에게 원피스 선물…"구호물품 개념 없어"
전문가 "지방발전 건설과제만 추가…주민 의욕 떨어질 것"
[서울=뉴시스] 조선중앙TV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 8∼9일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지역을 찾아 이재민 위로 등 현장점검에 나섰다고 관련 내용을 10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4.09.13. 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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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일 '인민을 사랑하는 어버이' 같은 지도자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영상 이면을 보면 주민들의 참혹한 실상은 무시한 채 '애민 지도자' 이미지 띄우기에만 급급한 민낯이 드러난다.
지난 7월 말 북중 접경지대인 평안북도와 자강도 일대에서 발생한 수해는 김정은이 파격적인 애민 행보를 선보이는 계기가 됐다.
최고지도자가 경호 우려를 무릅쓰고 구명조끼도 없이 고무보트에서 수해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이 공개됐다.
절정은 8월10일자 보도였다. 김정은은 8~9일 이틀에 걸쳐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현장을 찾아 수해민들을 위로했다.
이 보도에서 노동신문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사진만 무려 44장이다. 김정은이 전용열차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 6장은 별도 기사에 따로 실렸다.
북한으로 운송수단 이전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를 비웃듯 한 편에 신형 '메르세데스-마이바흐' 차량이 실린 모습은 맨바닥에 앉은 수재민과 이질감을 자아냈다.
기상청에 따르면 해당 일자에 북한 전 지역 낮 최고 기온은 30도를 웃돌았다.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월 8~9일 이틀에 걸쳐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현장을 찾아 수해민들을 위로했다. 김정은이 수해로 임시 천막에서 지내고 있는 아동에게 백화점에서 사왔다는 원피스를 대보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4.09.13.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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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이재민들이 머무는 천막을 찾아 거침없는 스킨십을 벌였다. 특히 여자 아이에게 평양 대성백화점에서 구입했다는 원피스를 건넸다. 아이와 아이 엄마로 보이는 여성은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눈시울을 붉혔다.
사진을 보면 이재민 천막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자갈돌 위에 얇은 퍼즐식 매트만 덜렁 깔려있고 선풍기 한 대만 돌아가고 있다.
북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고위 탈북민은 "김정은 머리에는 구호물품이 뭔지 개념도 없을 것"이라며 "'보여주기식' 쇼를 해야 하니 아랫사람들이 백화점에서 돈도 안 내고 예쁜 옷을 집어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월31일 '지방발전 20x10'정책에 따른 함주군 지방공업 공장건설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앞으로 군인 건설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4.09.13.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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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10년간 매해 20개 지방지역에 새 공장을 건설해 지방 생활 수준을 향상하겠다는 '지방발전 20x10'정책도 마찬가지다.
'인민을 위한 일'로 포장하고 있지만 공사에 동원되는 군·주민 인력과 현장 책임자들의 부담이 막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은 20x10에 따른 지방 공업공장을 "당이 인민들과 약속하고 인민군대가 인민들에게 선물하겠다고 결의"한 시설로 규정했다. 또 "현장 지휘관들과 건설감독 기관들의 요구성과 역할을 더욱 높여야 한다"며 간부급의 책임을 강조했다.
김정은은 정권수립 기념일(9월9일) 76주년 기념 연설에서 20x10정책 추진을 다그치는 데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 공장뿐 아니라 시·군 보건시설, 과학기술 보급거점, 양곡 관리시설도 '3대 건설 과제'로 추가했다.
군인과 주민들의 노동력에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자재·설비·재정이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해내라는 것이다.
김정은은 "나는 이미 지방발전 정책을 중대한 정치적 문제로 보고 (후략)"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발전 정책을 '정치적 문제'로 규정해 수행하지 못하면 정치적 문제로 처벌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주민들의 실질적인 생활수준이 향상되지 않으면서 건설과제만 추가적으로 제시되는 현 상황은 간부들과 주민들의 의욕과 사기를 더욱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t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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