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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국회의원 되고 나니, 비로소 알게 된 것들 [초선의원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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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전 유성구을 국회의원 후보가 4월 10일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환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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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3개월이 지났다. 치열했던 4월을 지나 뜨거웠던 여름을 정면으로 통과해서 어느새 가을의 초입이다. 나의 2024년은 정말 많은 일들이 짧은 시간 안에 집약되어 폭발적으로 발생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내 생애에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상상조차 못했던 일들이 폭발적으로 벌어졌다. 선거운동 기간은 내 몸의 에너지를 모두 쓰고도 좀 더 끌어내야만 했던, 별의 일생에서 에너지를 모두 다 쓰고 블랙홀로 산화할 것 같은 처절한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무사히 통과해서 여의도에 입성하고, 이제 겨우 조금씩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까지 알지 못했다. 국회의원이 얼마나 부지런해야 하는지 말이다. 지역구에서 어르신들은 내 손을 부여잡고, 국회에 가면 싸우지 말고 일 잘하라고 당부하셨다. 일반인이 보기에 국회의원은 늘 쌈박질만 하고, 하는 일 없이 월급만 많이 받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국회의원은 정말 부지런해야 할 수 있는 직업이다. 새벽부터 오밤중까지 종일 수많은 회의에 참석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법안을 준비하고, 틈나는 대로 지역구 주민들께 인사를 드려야 한다.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자질은 뭐니 뭐니 해도 체력이다.

또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는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인 줄 미처 몰랐다. 나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이자, 예산결산위원회 위원이다. 과학기술, 정보통신, 방송, 예산, 결산 등 공부해야 할 분야가 차고 넘친다. 상임위에서 다루어지는 많은 주제들과 법안들에 대해서 공부를 해야 하고, 인사 청문회에 올라온 자료를 살펴야 하고, 산더미같이 쌓인 예산, 결산 자료를 분석해야 한다.

국회란 기본적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주장을 관철시켜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겉으론 싸우는 것으로 보이는 게 당연하다. 서로 다른 생각을 말로 풀어내고, 때론 부딪히고, 때론 양보하고 타협하는 일이 늘 일어나는 곳이다. 싸우더라도 잘 싸워야 한다.

내가 정치인으로 삶의 궤도를 변경하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주변의 염려가 있었다. 평생 연구만 했던 과학자가 험난한 정치판에서 견딜 수 있을까? 그런데 의외로 과학자와 정치인이 비슷한 점이 있다. 과학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일에 익숙한 사람이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법안을 만드는 데도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여기서 꼭 필요한 것은 지치지 않고 끊임없는 반복해서 도전하는 일이다.

인공위성을 만들 때도 내가 만든 장비가 한 번에 성공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늘 실패하고, 다시 시도한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으로 조금씩 나아지면서 다시 시도하는 일을 계속 반복한다. 과학자는 성공할 때까지 끊임없이 반복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전세사기특별법이 내가 원하는 '선구제 후회수' 등의 내용을 모두 포함한 상태로 법률이 될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첫술에 배부르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늘 그래왔듯이 실패하더라도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나서 조금 더 개선된 방법으로 다시 시도할 수 있다. 일단 성공하면 그때까지의 모든 일은 성공을 위한 '과정'이 된다.
한국일보

황정아 물리학자·대전유성구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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