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서울의료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대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서울 중구 중앙응급의료센터도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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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가 의정 갈등 해결책을 논의할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거부했다. 8개 의사단체는 13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의료계와 대화를 바란다면 정부는 전공의 사직 관련 수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의협 대의원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한의학회 등이 모여 의견을 나눈 끝에 현재 상태에서 협의체에 동참할 수 없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15개 의료단체를 상대로 개별 설득을 해온 가운데 사실상 주요 단체가 불참하기로 결정하면서 추석 전 협의체 구성은 불발된 셈이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인정하지 않으면 사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선언했다.
최 대변인은 이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전날 '지금은 누가 옳으냐가 아니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때고, 협의체가 그 통로가 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는 현시점에 협의체 참여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특히 의료계는 전날 전공의 대표가 집단사직 공모 혐의와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한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전쟁 중에도 협상이 거론되면 총구를 거두는데, 정부는 아무 죄 없는 전공의들을 경찰서로 불러 망신을 주고 겁박한다"며 "이는 의료계에 대한 우롱"이라고 맹비난했다.
앞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지연되자 한 대표는 의료계를 향해 자신의 말을 믿어 달라는 취지로 설득 작업에 안간힘을 썼다. 한 대표는 의료단체 대표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리며 일일이 호소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관악구 상록지역아동복지종합타운에서 도시락 봉사활동을 마친 다음 기자들과 만나 "전제 조건과 의제 제한 없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만 생각하고 빨리 모이자는 호소를 드린다"고 거듭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의료계가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아 협의체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한 대표도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의료계가 입장을 발표한 후 국민의힘은 아쉬워하면서도 협의체 참여를 위한 설득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 출신인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의료 공백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며 "의료계 단체들이 한꺼번에 통일된 성명을 낸 것은 굉장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계가 정부에 대해 실망감을 표출한 것과 관련해서는 "(정부에) 민의를 꾸준히 전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추석 이후에도 협의체 구성 전망은 밝지 않다. 정부가 당장 입장을 급선회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정부와 당에서 여러 채널을 통해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해주기를 요청하는 노력은 계속하겠다"면서도 "(정부가) 의료개혁 방침을 철회하라, 그 사고를 바꾸라는 건 쉽지 않은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2025년 의대 정원을 정시 모집부터는 조정할 수 있다는 야당 측 주장에 대해서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야당이 공개적으로 분명히 질문해보라. 과연 그게 가능한지"라고 꼬집었다.
야당은 이날 의료계의 불참 발표에 대해 즉각적으로 입장을 표명하진 않았다. 다만 이날 오전 협의체 구성이 힘든 책임은 윤석열 정부에 있다는 입장을 재차 내놨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의료대란 때문에 국민들이 죽어간다'는 야당 지적에 "가짜뉴스"라고 대응한 점을 언급한 뒤 "윤석열 정부가 이런 태도를 보이니 여야의정 협의체가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휘청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와중에 여당마저 '야당만 나서주면 협의체를 할 수 있다'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면서 "의료대란을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정부·여당"이라고 힐난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서울의료원과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잇달아 찾아가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의료진의 노고를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의료진에게 "협조해주신 덕에 이번 추석은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은 병의원이 문을 열어 다행"이라며 "중증도에 따른 진료를 잘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의사 집단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으나 이날 다시 '카르텔'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개혁 원칙에선 타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재천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성과보고회에 참석해 "공동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카르텔들이 서로 손을 잡고 개혁에 나서는 길을 가로막기도 한다"며 "여기에서 우리가 또다시 물러선다면 나라의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근본부터 해결하기 위해 반개혁 저항에도 물러서지 않고 연금·의료·교육·노동의 4대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명환 기자 / 김지희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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