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8 (수)

故 윤한덕 초상화 앞에선 尹 “의사들 과로로 버티는 구조 지속 불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중앙응급의료센터 첫 방문

“5년 전 설연휴 순직 윤한덕 센터장 추모”

서울의료원 찾아 의료 현장 애로사항 청취

“의료인력 증원, 오해 말았으면...” 당부도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중앙응급의료센터와 서울의료원을 찾아 응급의료 현장을 점검했다. 이번 방문에서 윤 대통령은 의료진의 노고를 격려하고 의료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윤 대통령은 2019년 설 명절 근무중 순직한 고 윤한덕 전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윤한덕홀’에 들러 윤 전 센터장을 추모했다.

세계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윤한덕홀을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윤 전 센터장이 순직 당시 주 129시간 넘게 일했다고 들었다”며 “지금도 전국의 병원에는 윤 전 센터장님처럼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밤낮없이 헌신하는 의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과로로 버티는 구조로는 우리 의료 시스템이 지속될 수 없다”며 의료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윤 전 센터장은 1998년 전남대 1호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환자들을 돌보다 육군 군의관을 거쳐 2002년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기획팀장(의무서기관)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17년간 한국 응급의료시스템 발전에 개척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전 센터장은 응급의료전용헬기(닥터헬기) 도입, 권역외상센터 출범,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구축, 응급의료기관 평가제도 마련, 응급의료 재난대응체계 구축 등 국내 응급의료 체계를 도맡아 구축했다.

윤 대통령은 윤한덕 홀에 걸린 초상화와 마지막 근무일의 사무실 사진을 관계자들과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김성중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초상화 속 사인은 마지막 근무일에 ‘행복하세요’라고 사인한 것”이라고 설명하자 윤 대통령은 “묵묵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헌신하신 분의 사무실을 보고 느낀 바가 많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은 전했다.

세계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중구 중앙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해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중앙응급의료센터의 24시간 실시간 환자 관리 시스템을 점검하고 '응급의료 현황판'을 통해 전국의 응급의료 상황을 살폈다. 부산 지역의 응급의료 어려움을 확인한 윤 대통령은 즉석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부산시장과 통화해 어려움이 있는지 파악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정부가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할 것”이라며 “의료계의 헌신에 공정한 보상체계가 갖춰져야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의들의 처우가 안 좋아지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앞서 서울 중랑구 소재 서울의료원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의료진들로부터 전공의 이탈로 인한 경영 어려움, 배후진료과와의 연계 부족 등의 문제점을 들었다.

이현석 서울의료원장은 “응급실은 게이트 키퍼인데, 배후진료로 원활히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필수의료과 기피 현상 및 배후진료과 과부하 발생으로 의료진이 떠나고 있다”며 “업무량이 많으니 비용 보전 등 인센티브를 도입해 떠나는 분들을 잡고 새로운 분들도 유인하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서울의료원은 소아과 운영 등 공공병원 역할을 충실히 하다보니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라며 “공공병원 적자의 구조적 문제에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건의했다.

세계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을 방문, 소아환자구역을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석연 의무부원장은 전공의 이탈로 경영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김 부원장은 본인도 “주 80시간, 많으면 100시간까지도 일한다”며 “한계가 오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김 부원장은 “코로나19를 비롯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까지 최일선에서 대응했지만 금방 잊혀지고 경영난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이어 “전공의와 전문의를 다독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현경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권역센터는 중증도가 높고 치료가 어려운 환자가 대다수이지만 배후진료과와의 연계가 원활하지 않아 (환자 상태가 악화되면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책임이 발생하기 때문에) 응급실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향후 필요한 의료인을 길러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계획 차원에서 최소한의 인력 증원이라는 점과 과학적 추계를 근거로 추진하는 것이니 의료인들이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의료인 처우 개선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을 믿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윤 대통령은 의료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헌신하는 의사들을 조롱하고 협박하는 것에 대해 참 안타깝다”며 “국민들이 의료인들을 욕하기보다는 일부 소수의 잘못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보건은 안보, 치안과 더불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이라며 향후 5년간 10조원을 투입하고 필요시 더 많은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또한 “의료인들이 상대적 허탈감을 느끼지 않고 고생하신 만큼 정당하게 보상받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의료기관 방문은 환자 및 의료진 불편을 고려해 최소 수행인력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성태윤 정책실장과 장상윤 사회수석, 고득영 보건복지비서관 등 대통령 참모진이 동행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