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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김영준의 마켓관찰] 젊을수록 무모한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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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인구연령 측면에서 가상화폐의 주요 투자자는 누구일까?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체로 30대 이하 젊은 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을 것이란 점에 동의할 것이다. 이는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기술과 새로운 것에 대한 이해도와 접근성이 낮은 탓일 것이다. 가상화폐는 비전통적인 투자자산이며 전통적인 투자자산의 시각에서 보자면 이해되지 않을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에서 기술과 새로운 것에 대한 이해도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가상화폐 긍정론자들이 주장했던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측면에선 변동성이 너무 높아 부적절해졌고, 이더리움이 등장한 지도 올해로 10년이 되었지만 실물경제에 미친 변화는 그 가치와 거래량에 비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가상화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들은 나와는 의견이 다르겠지만 주된 거래와 투자의 이유는 가상화폐가 가진 위험자산으로서의 속성 덕분이 크다. 바로 이 위험자산이란 측면 때문에 단기간에 고수익을 노리는 젊은 투자자들이 많이 몰리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변동성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경향은 투자자의 나이가 젊을수록 그리고 남성일수록 강하다. 이런 이유로 젊은 남성 투자자일수록 투자수익률이 낮은 편이다. 그렇다면 젊을수록 이렇게 과감하다 못해 무모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에서는 이를 배경 리스크로 설명한다. 어떤 투자를 할 때 투자 자산이 가지는 리스크만 독립적으로 평가하여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 마주한 모든 리스크를 고려하여 총리스크의 측면에서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그 개인의 상황에 따른 리스크를 배경 리스크라고 한다. 개인의 건강, 현재 소득과 생애소득 등 모든 배경적 상황에서 감내해야 하는 리스크 요인들이 포함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젊을수록 건강하고 당장은 소득이 적더라도 앞으로 평생 벌어들일 생애소득이 높다. 인간이 장기의 개념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이가 젊을수록 생애소득을 과대평가할 가능성도 높다. 게다가 미혼에 부양가족이 없다면 책임과 비용이 가볍기에 배경 리스크는 더욱 낮아진다. 즉, 당장 현재는 가진 것이 없을지 몰라도 배경 리스크가 낮기 때문에 다른 인구 구성원에 비해 훨씬 과감한 투자와 시도가 가능한 것이다.

이를 생각하면 과감함과 도전정신이 왜 청춘이나 젊음과 연계되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배경 리스크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과감한 도전은 젊어서, 혹은 가진 게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가진 게 많기 때문에 그 정도는 잃어도 된다는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이를 생각하면 왜 현재의 청년 세대가 도전을 꺼리고 보수적으로 변했는지를 알 수 있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은 생애소득의 기대치를 크게 줄이고 높은 집값은 생애에서의 비용을 크게 늘린다. 즉, 배경 리스크가 크게 늘어난 상황인 것이다. 배경 리스크가 높으면 아무리 청년이라 하더라도 마치 나이 든 사람처럼 보수적으로 사고하고 선택하게 되어 있다.

현재 청년 세대가 비꼬는 것 중 하나가 3루에서 태어나 1루타로 홈에 들어오고 나서 남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집안의 지원이 든든하고 소득이 높은 사람은 나이가 많더라도 오히려 배경 리스크가 청년보다 적을 수 있다. 실패가 크게 아프지 않다는 것은 그 실패를 만회할 기회가 충분하다는 뜻이고 그것은 집안의 지원과 소득이 많으므로 대체가 가능하다. 도전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직면한 배경 리스크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사회가 구성원들의 도전을 권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말로만 도전을 얘기할 게 아니라 개인의 배경 리스크를 줄여줄 필요가 있다. 빠르게 늙어가는 한국 사회가 앞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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