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했으나 추행 계속…스트레스에 병원 입원까지"
교수 "성적 욕구 취할거면 학생 때 했겠지" 2차 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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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명문대 교수가 해외 출장 중 고민 상담하는 제자를 성추행한 뒤 "동의한 줄 알았다"고 해명해 공분을 사고 있다.
13일 JTBC 보도에 따르면 2019년 서울 유명 사립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한 제보자 A 씨는 지난 2월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지도 교수 B 씨 연구실의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A 씨는 지난 4월 B 교수와 함께 해외 학회에 참석했고, 일행들과 술자리를 갖던 중 성추행당했다.
A 씨에 따르면 세미나 이후 술자리에 있던 연구실 후배와 독일 박사가 술을 사러 나갔고, A 씨는 B 교수와 단둘이 남았다.
당시 A 씨가 연구나 진로 등 고민 상담을 하다 울컥해 눈물을 흘리자, B 교수는 A 씨의 눈물을 닦아주더니 손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이어 B 교수는 돌연 "키스해도 돼?"라며 A 씨의 뒤통수를 잡고 강제로 입을 맞췄다.
A 씨는 "저항하려고 해봤다. 하지만 머리와 손이 붙잡힌 상태여서 B 교수가 쉽게 밀쳐지지 않았다"고 피해 상황을 회상했다.
이후 B 교수는 또다시 입을 맞추며 A 씨 옷 안으로 손을 넣으려 했다. A 씨의 완강한 거부에도 B 교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약 10분간 추행을 이어 나갔다.
동석자들이 올 때가 되자 성추행당한 A 씨는 눈물을 닦고 화장을 고쳤다. 동석자들한테 성추행당한 사실을 들킬까 봐 두려웠다고. 그러나 이를 본 B 교수는 되레 "티 나면 안 되니까?"라고 말하며 웃었다고 한다.
참다못한 A 씨가 "사모님도 계신 분이 왜 이러시냐"며 추행을 만류하자, B 교수는 "너도 남자 친구 있잖아. 키스 한 번 더 해도 되나? 미안하다. 립스틱 다 지워졌네. 불쾌하진 않지?"라며 재차 입을 맞췄다.
B 교수의 성추행은 사람들이 돌아오면서 멈췄고, A 씨는 결국 "어제 교수님께서 하신 말들과 행동에 큰 충격을 받았고 매우 불쾌했다. 오늘과 내일 교수님 볼 자신이 없어 먼저 한국으로 가겠다. 더 이상 출근도 못하겠다"고 통보하며 일정을 앞당겨 홀로 귀국했다.
그러자 B 교수는 "면목 없다. 바보 같은 행동이었다"라며 사과했지만, A 씨는 "연구실에서 퇴사하겠다"고 알리면서 변호사를 선임했다.
(JTBC '사건반장'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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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A 씨는 결국 자가면역성 뇌척수막염에 걸려 한 달가량 입원 치료를 받았다. 그러면서 경찰 조사가 차질을 빚었고, 수입이 없어 병원비도 부담됐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연구 과제 수주 때문에 연구실에 복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치자, 어쩔 수 없이 '연구실에 복직시켜 줄 것' '변호사 선임비를 교수가 대신 부담할 것' 등의 조건으로 B 교수와 합의를 진행했다. 대신 A 씨는 경찰에 고소 취하서, 처벌 불원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이후 A 씨는 사건이 종결된 줄 알고 B 교수를 찾아갔다. B 교수는 "수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 사건 때문에 고통스럽고 건강도 안 좋아졌고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잔다"고 되레 피해를 호소했다.
또 B 교수는 "너무 술에 취해서 그랬던 것 같다"면서 "성적 욕구를 취하려고 했다면 아무 저항도 못 하는 학생 때 했겠지. 왜 졸업한 박사에게 했겠냐. 난 네 앞길을 막을 수도 있다"고 2차 가해를 이어갔다. 동시에 B 교수는 연구실 내 다른 박사에게 "걔도 동의한 줄 알고 한 거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B 교수를 다시 고소한 A 씨는 "피해 사실을 아직 모르는 부모님이 알게 될까 봐 걱정되지만 이대로 사건이 묻힐까 봐 두려워 제보를 결심했다"며 "학교도 이 사안의 엄중함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B 교수는 경찰 소환 조사를 받을 예정이며, 이번 학기 강의를 건강상 문제로 폐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대학 관계자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기에 명확한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적절한 조처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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