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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최정혁의 마켓 나우] 주식과 채권의 역사가 알려주는 투자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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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정혁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


개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시장 탈출이 멈추지 않는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15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았다. 주식과 달리 높은 관심이 채권으로 쏠린다. 같은 기간 64조원 넘게 국내 채권을 매수하며 고금리 사냥에 나섰다.

채권 투자로 기대하는 혜택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안정된 이자 수익이다.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시장 금리의 변동과 무관하게 고정 이자를 확보할 수 있다. 다음은 보험 효과다. 주식과 다른 채권 가격 움직임이 주가 하락 손실을 일부 보상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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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은 주가가 크게 하락한 2022년부터다. 채권 가격이 주가와 동반 하락하면서 주식과 맞먹는 손실을 초래했다. 두 자산의 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상대적인 방향성(상관관계)이 플러스를 나타낸 것이다. 반복적인 시장 흐름을 염두에 두고 미국 뉴욕대 다모다란 교수의 장기 데이터(1928~2023년)를 사용해 몇 가지를 계산해보면 향후 두 자산의 가격 움직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첫째, 전체 기간으로 보면 주식(S&P500 지수)과 채권(미국 10년 국채)의 연수익률 간에는 플러스 상관관계가 있었다. 그런데 2000년을 기준으로 나누어 보면, 2000년 이전은 플러스지만 2000년부터는 마이너스였다. 즉 100여 년의 긴 기간으로 보면 두 자산 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정상이고,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상반된 가격 움직임은 비교적 최근 시작된 현상이었다. 둘째, 2022년처럼 둘 다 손실을 기록한 최악의 경우는 전체 기간을 통틀어 5차례에 불과했다. 이는 채권의 보험 기능을 기대하는 투자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둘 다 이익을 기록한 최선의 경우는 56차례 발생해 그 가능성이 최악의 경우보다 훨씬 높았다. 셋째, 채권은 주식이 이익을 기록한 해의 80%와 손실을 기록한 해의 81%에서 이익을 거두었다. 채권은 주가의 방향성과 상관없이 승률이 매우 높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최근 리포트에 따르면,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은 인플레이션이었다. 상관관계는 물가상승률이 2.4%를 밑돌면 마이너스였고 웃돌면 플러스로 전환하는 경향이 강했다. 2000년 달라진 상관관계도 결국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역사적 흐름에 비추어 보면 채권은 투자 가치가 매우 높은 자산이고, 현재 상황도 채권 투자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하향 안정세인 물가상승률이 둘의 상관관계를 마이너스로 되돌려 채권의 보험 기능이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현재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경기 침체가 현실화해 주가가 하락해도 채권이 투자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다.

최정혁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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