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8 (수)

'도이치 전주' 방조 혐의 유죄…"일임매매" 김건희 여사 처분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2심 결과가 12일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는 ‘전주(錢主)’ 손모씨의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손모씨는 이 사건의 시세조종 행위를 용이하게 하여 방조하였음이 인정된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손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100억원대 대출금으로 주식을 거래한 전주 중 한 명이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주범들과 주가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지난해 2월 1심에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주가조작에 편승해 시세차익을 얻으려던 것으로 짐작될 뿐 시세조종에 가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손씨에게 조가조작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2심 재판부는 “다른 피고인들이 인위적으로 시세를 부양하기 위해 시세조종 행위를 하고 있음을 알았던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월 10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방문차 출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대통령실은 손씨의 1심 무죄 선고를 바탕으로 김 여사의 무혐의를 주장했다. 다만 2심서 손씨의 방조 혐의가 인정된 만큼 김 여사의 주가조작 방조 혐의에 대한 검찰의 법리 판단이 중요해졌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에서 맡고 있다. 수사팀은 지난 7월 20일 김건희 여사를 조사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를 지난 7일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 최씨 역시 김 여사와 마찬가지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자금을 댄 의혹을 받고 있다.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재판부가 손씨의 방조 혐의를 인정한 근거는 크게 ▶손씨가 시세조종 행위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점 ▶주가조작 세력과 주가상승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 ▶대량 자금을 동원해 시세조종에 협조했다는 점이다. 시세조종 사건에서 방조 혐의가 인정받기 위해선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주가조작의 행위를 용이하게 해야 한다.

손씨와 김 여사는 모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전주’ 역할을 하며 주가상승 이해를 같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손씨는 자신과 아내, 회사 명의 계좌 등 총 4개를 이용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직접 거래했고, 김 여사는 6개의 계좌를 이른바 주가조작 ‘선수’ 김모씨 등에게 일임했다. 이 중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2010년 10월 20일 이후 쓰인 계좌는 3개다.

12일 재판부는 “(선수) 김씨는 주가를 올릴 수 있다는 취지로 손씨를 안심시켰고, 주식 시세를 조종하고 있으므로 투자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을 줘서 손씨가 대량매수를 했다. 큰 손실로 어려움을 겪자 손씨가 김씨를 심하게 탓하는 상황도 있다”며 “손씨와 김씨는 주가상승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김씨와 손씨가 문자로 현재 진행 중인 IR(투자자 설명) 등 주가상승 상황을 공유했다” “손씨는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시세조종하는 걸 알고서도 편승했다”며 손씨가 주가조작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결국 중요한 포인트는 돈의 흐름”이라며 “김 여사가 약 14억원을 벌었기 때문에 손씨와 마찬가지로 주가조작 세력과 주가 상승 이해를 같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좌를 직접 운용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주가조작에 사용됐다면 범죄 행위를 용이하게 본 것으로 인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또 방조 혐의가 인정되려면 김 여사가 ‘시세조종’ 행위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내용은 아직 명확히 확인된 바가 없다. 다만 2010년 10월 28일과 11월 1일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가 주가조작에 활용됐을 당시, 김 여사와 증권사 직원이 수차례 통화한 정황이 나타났다.

차장검사 출신 조주태 변호사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직접 수행하는 선수인 걸 알고도 계좌를 줬다면 방조 행위가 인정될 수 있다”며 “거래 당시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어도 과거부터 선수라는 인식이 있으면서도 광범위한 계좌를 일임했다면 미필적 고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가조작 수사 경험이 풍부한 부장검사는 “시세조종 사건에서 가장 어려운 건 공범들 간 주가조작을 공유하고 있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선수들은 투자자들에게 일일이 작전 상황을 통보하지 않고 계좌만 일임받는 경우가 많다. 주가조작 사건에서 전주들의 처벌이 쉽지 않은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중앙지검은 “이날 유죄가 선고된 손씨에 대해서 법원도 단순한 전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손씨 사례와 김 여사 사례는 각각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해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판결문 내용과 법리를 면밀히 검토하여 상고 여부를 검토하고, 진행 중인 사건의 수사에 참고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