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위해 기존 연금운용 체계 수정 바람직하지 않아
주주환원율 중심의 단기 주가 부양은 본질에 어긋나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에 집중해야
원종현 국민연금 투자정책전문위원회 위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경제 대체투자포럼’에 참석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활동과 밸류업’이란 주제로 발표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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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상근전문위원(전 수탁자책임위원회 위원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된 ‘제2회 아시아경제 대체투자포럼’에서 밸류업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본질적인 기업가치 개선이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단기적인 밸류업을 위해 국민연금의 기존 운용 의사결정 구조나 운용 방식을 변경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다.
국민연금은 2023년 말 기준으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국내 주식 1281개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 5% 이상 종목 268개와 10% 이상 종목 43개다. 국내 주식에 대한 종목당 평균 지분율은 5.8%에 이른다. 주요 종목을 시가총액 비중 정도로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액 기준으로는 약 148조원 규모에 이른다.
국민연금의 운용자산 규모는 매년 늘어 1000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주식 보유 평가액은 10년 넘게 크게 바뀌지 않았다.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일부 줄인데다 수익률이 낮아 빚어진 결과다. 원 위원은 "2010년도를 시작으로 미국의 S&P는 4~5배, 일본 닛케이 지수는 3배, 독일 닥스 지수는 2배가 됐는데 코스피 지수의 누적 수익률은 50%에도 못 미친다"면서 "미진한 한국 주식 수익률을 국내 주식 투자의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연금과 같은 대형 연기금이 저평가주를 발굴하거나 주가 상승 재료가 있는 종목을 선택해 타이밍 투자를 할 수 없다"면서 "국민연금이 초과 수익을 얻으려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지난해 투자 수익 중 80%가량이 보유 자산의 평가이익"이라며 "자산 운용의 포커스가 보유 자산의 가치를 어떻게 높일 것이냐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 정부와 금융 당국이 추진하는 밸류업의 방향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 위원은 "밸류업에는 기업가치를 어떻게 끌어올릴 것이냐의 측면과 저평가된 주식 가치를 어떻게 상승시킬 것인가의 측면이 있는데 진정한 밸류업은 전자가 돼야 한다"면서 "하지만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은 주주환원율을 중심으로 한 후자 쪽에 포커싱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밸류업을 위해 국민연금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미 마련돼 있는 의결권 행사 지침을 보다 현실적으로 체계화하고 의결권 행사 내역을 공시하는 것이 주주권 행사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빠르고 효율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기금운용 성과평가에 대해서는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논하기 전에 평가에 대한 독립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며 "정부의 간섭이 우려된다면 기금운용위원회에 정부 위원 수를 축소해 가입자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하고, ‘국민연금법’상에 가입자 이익극대화를 위한 선관주의 의무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주주존중의 자세로 주주와 대화하고 주주의 의견을 청취해 기업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수렴할 수 있는, 경영진의 자세와 기업의 가치 증진에 방해되는 요인을 독립적인 입장에서 지적하고, 견제 감시할 수 있는 사외이사 체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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