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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낙뢰 맞아 쓰러져 심장 40분 멎었는데…20대 교사 기적의 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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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서 직접 에크모 가능한 전남대병원의 빠른 치료

심장 40분 이상 멈추고 다발성장기부전 이겨내 건강히 퇴원

“응급실 교수는 두 번째 아버지…발전후원금 1000만원 기탁”

중앙일보

낙뢰 맞고 쓰러진 김관행(사진 오른쪽)씨가 퇴원 후 자신을 치료한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조용수 교수(왼쪽)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는 ″끝까지 저를 포기하지 않고 치료해준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조용수 교수님을 저의 두 번째 아버지라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남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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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개 맞은 전날부터 거의 열흘간 기억이 전혀 없어요. 심장도 40여분간 멈추고 장기도 다 망가졌을 텐데 끝까지 저를 포기하지 않고 치료해준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용수 교수님을 저의 두 번째 아버지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 낙뢰에 맞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가 28일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한 교사 김관행(29) 씨의 말이다.

지난달 5일 광주ㆍ전남지역에서는 3000번에 가까운 낙뢰가 관측됐다. 이날 광주서석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김 씨는 광주의 한 대학교에서 연수를 받고 점심을 먹으러 가던 길에 갑자기 쓰러졌다. 낙뢰에 맞은 것이다. 이 모습을 본 한 시민이 119에 신고한 후 심폐소생술(CPR)을 했고, 김 씨는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갔다가 전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옮겨졌다. 병원에서 심정지 통합치료를 하며 다시 심장은 뛰었지만 이미 40분이나 지난 상태였다. 일반적으로 심장이 멎은 후 5분이 지나면 혈액과 산소가 공급 안 돼 심장과 폐는 물론 뇌까지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다.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용수 교수는 “심정지가 장시간 진행된 탓에 심장과 폐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응급실에서 급하게 에크모(ECMOㆍ인공심폐기계)를 시행했다”며 “솔직히 처음엔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지만 환자가 젊은 데다가 우리 응급실로 온 만큼 최선을 다해 살려내고 싶었다”고 기억했다.

김 씨는 당일 낙뢰가 나무에 떨어질 때 옆을 지나가다 감전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전남대병원 응급실에서 곧바로 중환자실로 옮겨 3일간 에크모로 심장과 폐의 집중치료를 받았다. 특히 중환자실 입원 직후인 첫날 밤이 고비였다. 다발성 장기부전(몸 속 여러 장기가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태)과 피가 멎지 않는 파종성 혈관 내 응고(DIC)까지 오면서 최악의 상황까지 직면했지만 그는 결국 이겨냈다. 그리고 입원치료 10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었다.

김 씨는 “최근 의정갈등으로 인해 응급실을 비롯한 병원 의료진에 대해 막연히 부정적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 아쉽다”며 “실제로는 환자를 위해 불철주야 헌신해주시는 교수ㆍ간호사분들이 많다. 이분들의 노력과 열정에 감사하며 갈등이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씨가 신속하게 에크모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가 시술부터 입원 및 관리까지 에크모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병원 관계자는 “다른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흉부외과나 순환기내과 의료진이 에크모를 사용하지만 응급의학과가 자체적으로 에크모를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낙뢰환자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사례라 진료 경험이 쌓이기 어렵다. 그만큼 응급의학 분야에서도 치료가 어려운 편에 속한다. 환자는 낙뢰 손상뿐 아니라 심정지 후 증후군도 함께 나타나 치료가 더욱 쉽지 않았다. 최후의 수단으로 에크모 치료를 선택했다”라며 “치료가 매우 어렵긴 했지만 무엇보다 환자의 살고자 하는 의지와 정신력이 매우 강력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 거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광주서석고 1학년 담임이자 국어과목을 맡고 있다. 건강하게 퇴원하기는 했지만, 장기간 입원으로 인한 섭식 장애, 근력 감소, 발뒤꿈치 피부 손상 등으로 아직은 걷기도 힘들다고 한다. 학교 복귀 또한 아직이다.

김 씨는 “우리 반 학생들은 워낙 잘하는 친구들이라 걱정되지 않는다. 연락도 많이 오는데 건강하게 잘 복귀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두 번째 삶을 선물 받았다. 더불어 응급중환자실(EICU)에서 힘든 치료 과정을 버틸 수 있게 도와주신 간호사 선생님들, 아들의 회복을 믿고 기다려준 부모님, 동생에게 감사하며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현실에서 하루하루 후회가 남지 않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씨는 퇴원 후 지난 4일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발전후원금 1000만원을 기탁했다.

이에스더 기자 rhee.es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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