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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사설]평택항 이선호씨 죽음 겪고도 항만 안전 달라진 게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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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21년 9월17일 경기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가득 차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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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이선호씨가 2021년 평택항에서 사고로 숨진 후 각종 대책이 쏟아졌건만 산재 사고의 악순환은 끊어지지 않고 있다. 경향신문이 10일 보도한 ‘항만 내 육상하역업·항만운송부대사업 사고재해 현황’을 보면 2015년부터 지난 6월까지 전국 항만에서 재해자 2315명, 사망자 39명이 발생했다. 2020년 235명, 2021년 268명이던 산재건수는 2022년 262명, 2023년 271명으로 되레 증가세다. 이씨 죽음을 계기로 항만안전특별법까지 만들어졌지만, 노동자들이 다치고 죽어나가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큰 비극을 겪고도 우리 사회가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어 참담할 따름이다.

항만 노동자 재해 건수는 다른 산업과 견줘서도 높은 수준이다. 2018년부터 3년간 전체 산업의 사고재해율은 평균 0.49%, 노동자 1만명당 사망자 비율인 사망만인율은 0.48이다. 같은 기간 항만 하역 부문 사고재해율은 0.65%, 사망만인율은 1.25로 크게 올라간다. 이번에 조사된 항만 사고재해 현황도 떨어짐·넘어짐·부딪힘·끼임 등 후진국형 산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항만 안전 관리를 맡은 해양수산부는 손을 놓고 있다. 해수부는 사고 현황조차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관련 통계는 고용노동부로부터 받는 게 전부다. 주무부처가 항만 노동자 안전을 노동부에만 맡겨둔 채 관리·감독을 사실상 하지 않고 있으니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올 들어 사망사고가 급증한 조선업계 상황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지난 9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에서 노동자가 추락 사고로 숨졌다. 이곳에서만 4번째다. 노동부에 따르면 조선업에선 올 상반기에만 10건의 사고로 14명이 숨졌다.

중대재해법 제정 등으로 안전한 일터를 위한 외형적 틀은 한발씩 진전되고 있다. 그러나 잇따른 산재는 안전 의식이 현장에 아직 뿌리내리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열악한 노동 현장에서 안전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것은 아닌지, 당국이 철저한 수사와 감독에 임해야 한다. 해수부는 항만 노동자 산재 현황을 주기적으로 보고받고, 통계를 마련하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 복잡한 원·하청 구조 속에 참사가 끊이지 않는 조선업은 산재 사고가 일어나는 구조적 원인도 살펴야 할 것이다.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비극이 반복되도록 내버려둘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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