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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개돼지들, 매일 천명씩 죽었으면"…의사 게시판 '막말' 수사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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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부 이용자들이 '국민이 더 죽어도 된다'는 식의 막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한 정부가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11일 정부·의료계 등에 따르면 젊은 의사 중심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는 최근 '응급실 뺑뺑이'를 비롯한 의료공백 사태를 두고 패륜성 발언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의사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내세운 이 커뮤니티는 의사·의대생만 인증을 거쳐 가입이 가능하고,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폐쇄적 구조다. 커뮤니티 글 유출 방지를 위해 화면 캡처가 불가능하고, 화면 상엔 로그인 ID 등이 담긴 워터마크가 계속 노출된다.

이들은 국민을 '개돼지', '견민' 등으로 부르면서 비난했다. 특히 "조선인이 응급실을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라거나 "생을 마감할 뻔한 경험들이 여럿 쌓여야 생명을 다루는 의사에 대한 감사함과 존경심을 갖게 된다", "매일 천 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입에 담기 어려운 글까지 여럿 올라왔다. 한 이용자는 의대생들에게 "나중에 의사가 되더라도 무조건 사회의 (복리)후생을 조져버리는 방향으로 행동하라"고 했다.

하지만 10일 밤부터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사 의대생 커뮤니티 글이 내부 폭로로 유출됐다'는 글과 함께 이러한 막말을 촬영한 사진 여러 장이 공개됐다. 불미스러운 글이 온라인 플랫폼을 타고 퍼지면서 비판 여론도 커졌다. 문제가 된 글들의 게시를 확인한 보건복지부는 해당 작성자들을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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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에서 "국민이 더 죽어 나가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 다수 게시됐다. 일부 의사 또는 의대생들의 잘못된 인식과 행동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면서 "복지부는 관련 증거 자료를 확보해 신속히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환자 진료를 이어가는 의사를 '블랙리스트' 등으로 공개·배포하는 행위도 엄중히 대응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경찰청은 최근 응급실 근무 의사 신상을 공개한 용의자 2명을 특정한 뒤 압수수색 등을 거쳐 범죄 행위를 확인했다. 또한 스토킹처벌법 위반 방조 혐의로 3명을 추가 입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대통령실도 이른바 '감사한 의사 명단'으로 대표되는 응급실 파견 인력 신상털기 등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명백한 범죄 행위이며, 엄단해야 할 사항"이라면서 "의료계 내 자정 움직임이 활발해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날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환자 곁을 지키면서 의사 본분을 다하는 분들을 악의적으로 공격하고 인터넷상에 (신상이) 돌아다니면 심리적으로 엄청난 압박이 가해진다. 그래서 명백한 범죄 행위"라면서 "더 위험한 건 이런 일로 인해 의료진이 영향을 받으면 국민에게도 피해가 온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종훈ㆍ남수현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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