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공 자료사진 |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만 존재감을 보였던 중국 게임들이 PC와 콘솔 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키면서 국내 게임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최초의 트리플A급 게임 ‘검은 신화:오공’이 글로벌 시장에서 사흘만에 1000만장, 2주만에 1800만장 판매되는 등 기록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 게임사가 그간 축적한 개발력과 마케팅 공세를 앞세워 게임 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어 국내 게임 업계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1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중국 개발사 게임 사이언스가 선보인 오공은 지난달 20일 출시 후 약 2주 만에 전 세계에서 1800만 장이 판매됐다. 수익은 7억 달러(약 93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추세대로라면 이달 내에 2000만 장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게임사이언스는 출시 사흘만에 1000만장이 판매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일반적인 흥행 게임이 1000만장 판매에 1~2개월 정도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속도라는 평가다.
오공은 중국 고전 ‘서유기’를 모티프로 한 게임으로, 주인공 손오공이 근두운을 타고 다니며 여의봉 등으로 전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았다. 6년간 개발비만 750억원이 투입됐으며, 스토리텔링·그래픽 측면에서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중국 게임업계의 개발 역량은 국내 게임사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평가다. 기술력 향상과 장르 다각화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더해 이용자 저변 확대, 매출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모바일게임이 우세한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콘솔 게임이 시장 점유율 70%에 달한다. 북미·유럽 진출을 위해서는 콘솔 게임 개발이 필수인 이유다. 콘솔은 기기만 50만원 안팎에 게임 타이틀을 따로 구매해야 해 가격 장벽이 높다. 하지만 이용자 충성도가 높다는게 장점이어서 게임사들이 포기할 수 없는 장르다.
시장조사기관 뉴주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게임 시장 규모는 1887억 달러(약 252조원)로, 이중 콘솔 게임은 519억 달러(약 70조원)에 달할 전망. 최근 5년 연평균 성장률로 따져보면 콘솔 게임이 8%로, 모바일(5%)과 PC(4.8%)에 비해 속도가 빠르다.
최근 흥행에 성공한 한국 콘솔게임으로는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와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가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대형 콘솔 게임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 글로벌 시장 출격을 앞두고 있다. 네오플이 개발하고 넥슨이 퍼블리싱을 맡았으며 ‘던전앤파이터 유니버스’의 본격적인 확장을 알리는 대형 프로젝트다. 엔씨소프트는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3인칭 오픈월드 다중접속(MMO) 슈팅 신작 ‘LLL’을 개발하고 있다.
변지희 기자(z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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