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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의대 증원, 부실한 과정 탓에 목표가 무너질 판이다 [정치에 속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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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수를 늘리는 정책은 여론의 지지를 받았고 지금도 지지를 받고 있다. 필수과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 이전부터 벌어져 온 ‘응급실 뺑뺑이’에 대한 걱정이 배경이다. 게다가 증원을 반대하는 의료계에서 나온 “정부는 의사를 못 이긴다”라는 말이 여론을 자극했다.

한국갤럽의 지난 6월 11~13일 조사(1000명 대상)를 보면 내년도 입시에서 의대 정원을 1500명 늘리는 것에 66%가 잘된 일이라고 응답했다. 압도적 찬성이다.

최근인 9월 1주 차 조사(3~5일, 1001명 대상)에서도 1500명 증원에 대해서 56%가 잘된 일이라고 봤다. 과반이 넘는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속에 응급실 위기가 심화하고 배후 진료 위기가 벌어졌음에도 다수 여론은 정부의 의대 증원 자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찬성하고 있는 거다. 정부는 이런 여론에 의지하며 의대 증원을 강행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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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강원대학교병원 1층에서 강원대의과대학·강원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 취소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4.9.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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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과정에 대해선 혹독한 평가가 나온다. 9월 1주 차 조사에서 정부가 의료계 반발과 의료 공백에 대응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64%에 이른다. 내년도 입시의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 응답자 가운데서도 50%가 정부가 대응을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게다가 내후년도인 2026년 입시에선 증원을 유예하고 재논의하자는 안(한동훈 대표가 최근 주장함)에 대해선 48%가 찬성했고 36%가 반대했다. 요즘 같은 때엔 아프면 큰일이라고 걱정하는 여론, 이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타협을 해서 해법을 찾으라는 목소리가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런데 이미 지난 4월 당시 여론은 이점을 지적했다. 4월 16~18일 조사(1000명 대상)에서 의대 증원을 정부안(당시는 2000명 증원)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41%, 규모와 시기를 조정한 중재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응답이 47%였다. 중재안 선호 의견이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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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국 병원 곳곳이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 앞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 2024.9.1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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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정부는 2000명을 늘린다고 했다. 다 근거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1500명으로 조정이 됐다. 증원 규모 확정이 치밀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최근엔 내후년도 입시 때 증원을 조정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왜 올해부터 꼭 늘려야 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낳게 한다.

의대 증원이란 목표 설정 자체는 잘했지만 그걸 관철하는 과정에선 큰 혼란과 걱정이 생겼다. 부실한 과정 탓에 목표가 가려졌다. 목표가 다시 중심에 서게 해야 하고 그걸 위해선 정부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

위에 소개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상훈 MBN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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