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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美 정부·의회에 강력 로비하는 ‘AIPAC’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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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성 한미연합회 한국회장

조선일보

송대성 한미연합회장이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거평타운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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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미 테리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외국 정부가 미국인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반면 미국 유대계 시민들로 구성된 ‘미·이스라엘 공공 정책위원회(AIPAC)’는 합법적으로 로비 활동을 합니다. 한미연합회(America-Korea United Society·AKUS)가 성장해 로비력을 갖춘다면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우리 국익을 대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송대성(79) 한미연합회 한국회장은 다음 달 1~6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 등에서 열리는 ‘한미연합회 부산대회’를 앞두고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력적인 로비 단체로 불리는 AIPAC처럼 한미연합회를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다. 송 회장은 공군사관학교(17기)를 졸업한 뒤 방첩 관련 업무를 맡아 오다가 1996년 공군 준장으로 예편했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국제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세종연구소장을 지냈다. 2022년 한미연합회 창립총회 이후 한국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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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성(맨 오른쪽) 한미연합회 한국회장이 지난해 10월 '한미동맹 70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송 회장, 한미연합회 홍보대사 가수 마리아씨, 김영길 한미연합회 미국회장, 버나드 샴포 미군 예비역 중장, 류재풍 로욜라대 명예교수, 브렛 션들러 전 저지시티 시장. /한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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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회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주한 미군 철수로 이어질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면서 미국 조야에 로비를 하는 모습을 보고 착잡함을 느꼈다”며 “정부 대 정부의 관계는 한·미 집권 행정부의 이념적 스펙트럼에 따라 부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애치슨 라인 같은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해 민간 차원에서 국익을 대변할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한미 친선·우호를 목표로 하는 단체가 20여 개 있다. 한미연합회는 정부 예산 지원을 받지 않고 회원들의 자발적인 회비 납부 및 후원금으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권의 성향에 좌우되지 않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한미동맹 결속 강화라는 목적에 집중하려면 정부 예산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세종연구소장 시절 이스라엘을 자주 찾았는데, 당시 미국에서 활약하는 AIPAC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애국을 하고 싶어도 ‘개인’은 미국 사회에서 힘이 없다”며 “한미연합회 같은 단체가 힘이 커질 때 미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현재 한미연합회 미국 회장인 김영길 베델 인더스트리 대표 등과 의기투합해 2018년부터 한미연합회 설립 작업에 착수했다. 송 회장은 “AIPAC은 초기에 10여 년 동안 조직을 강화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섰다”며 “한미연합회 역시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회원을 늘려 나가며 내실을 기하고 이후 로비력을 갖춰 나가겠다”고 했다. 현재 한미연합회는 미국 내 35개 지부, 한국 내 10개 지회가 있는데 앞으로 1년 안에 미국 100개 지부, 한국 내 30개 지회로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지금 회원은 4000여 명 규모인데 향후 10만명 이상으로 세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는 대미 로비보다는 한미 우호 증진을 위한 각종 행사 및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송 회장은 “김덕영 감독이 ‘건국전쟁’을 촬영할 당시 한미연합회 미국 지부에서 이승만 대통령 관련 자료를 찾아줬고, 현지 배급·상영도 도왔다”고 했다. 국내 단체 ‘굿소사이어티’와 협업해 미국에 살고 있는 6·25 참전 용사들에게 도시락을 기부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송 회장은 “한미연합회는 미국 지부 회원들이 있어서 현지에서 각종 사업을 관리하고 우리가 감사를 표해야 할 참전 용사들도 직접 찾아다닐 수 있다”며 “다른 단체와 달리 미국에 ‘보병’들이 나가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연간 최대 1만5000개의 미국 취업 비자를 한국에 배정하는 ‘E-4비자’ 도입 등에도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다음 달 부산 대회는 미국 참전 용사와 주한 미군 현역 장병을 초청해 이뤄진다. 한미동맹 71주년 기념식, 한국 문화·산업 시설 탐방, 비무장지대(DMZ) 및 부산 재한유엔기념공원 방문, 정기총회 등으로 진행된다. 송 회장은 “한미동맹 71주년을 맞아 부산대회 슬로건을 ‘위 스탠드 투게더(We Stand Together)로 정했다”며 “어느 때보다도 양국의 결속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할 것”이라고 했다. 2억원 이상의 예산을 개인 후원금으로 마련했다고 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기조 연설을 하고, 데이비드 피켓 한국전참전용사회(KWVA) 회장, 닐 코프로스키 주한미해군 사령관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인요한 최고위원, 박수영 의원, 태영호 민주평통사무처장 등도 참석한다

☞한미연합회(America-Korea United Society·AKUS)

미국 조야(朝野)를 대상으로 굳건한 한미동맹 유지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단체. 한미 관계가 정권 성향에 따라 부침을 겪지 않도록 민간 차원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한미동맹 결속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2022년 창립 총회를 거쳐 만들어졌다. 친(親)이스라엘 로비 단체인 미국·이스라엘 공공 정책위원회(AIPAC)를 벤치마킹했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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