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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1년전 세운 회사, 순식간에 기업가치 1조3천억 됐다…일본은 어떻게 ‘AI인재 블랙홀’ 됐나 [World &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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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두명이 일본서 세운 사카나AI
AI인재들이 일본으로 오도록 만들어
실리콘밸리 VC로부터 투자받고
일본 정부가 전폭적으로 밀어줘
한국에도 AI인재 생태계 만들어야


매일경제

일본에서 사나카 AI를 공동창업한 데이비드 하와 일리언 존스. <사진=럭스캐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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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인공지능(AI)기업 사카나AI가 화제다. 1년 전 도쿄에서 만들어진 이 스타트업은 최근 약 1억달러(약 1300억원)의 투자를 받고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의 유니콘 기업이 됐다. 이 스타트업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 많다.

첫 번째, 이 회사는 구글 AI 연구소인 구글브레인의 도쿄 연구소에서 일한 외국인 두 사람이 창업했다. 창업자 일리언 존스는 생성형AI를 제작한 ‘트랜스포머’ 모델을 만든 논문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이고, 데이비드 하도 유명한 AI 연구 논문을 많이 작성했다. 미국에서 AI를 연구하던 두 사람은 일본에서 살고 싶어 도쿄로 왔다.

두 번째, 이 회사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키운 곳이다. 실리콘밸리의 최고 벤처투자회사 중 하나인 코슬라벤처스를 비롯해 실리콘밸리의 자본이 회사를 키웠다.

세 번째, 이 회사는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외국인들이 일본에서 세운 회사이지만 창업자들은 ‘미국’과 ‘중국’ 중심에서 벗어나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이해하는 AI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경제 3위, 언어 사용자 순위 8위(1억2000만명)인 일본이 독자적인 ‘소버린AI’를 만들고자 하는 니즈를 자극해 지원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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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나AI, 사르밤AI 등 소버린AI 기업에 투자한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 비노드 코슬라. <사진=코슬라벤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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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나AI에 대한 과도한 환상을 가질 필요는 없다. 사카나AI는 스타트업이고,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사카나AI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많은 AI 연구자들이 사카나AI에서 일하고자 일본으로 오고 있다. 오픈AI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도쿄에 사무소를 연 것도 이곳에 좋은 AI 연구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뒤처져 있다고 평가받는 일본의 AI 경쟁력이 한국을 역전하는 것도 머지않아 보인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 빅테크 기업들의 AI 연구팀을 한국에 데려와야 한다. 그들을 당장 데려올 수 없다면 중국과 일본에 있는 AI 연구자들이 한국에서 원격근무를 할 수 있도록 빅테크 기업들을 설득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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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5일 오픈AI 도쿄 사무소 개소식에서 나가사키 타다오 지사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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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한국의 AI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의 투자를 받아야 한다. 유명 벤처캐피털(VC)의 투자를 받는 것은 명문대 졸업장과 비슷하다. 스타트업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스타트업이라는 시그널을 준다. 해당 스타트업에 지원하는 우수한 AI 인재들이 늘어나게 된다.

세 번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독자 생존할 수 있는 ‘소버린AI’는 1개, 많아도 2개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나눠먹기식 정부 지원을 할 것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무의미한 경쟁을 하지 않도록 똑똑한 기업을 선택해 명확한 신호만 줘도 된다.

AI 유니콘 기업을 갖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유능한 인재들이 한국에 오도록 만드는 것이다. 좋은 인재들이 있다면 스타트업은 자생적으로 생기고, 빅테크 기업들은 한국에서 일자리를 늘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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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주 실리콘밸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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