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MO 시장 20% 공백 생기는데
인도, 美·유럽 대비 35~40% 저렴
日 후지필름, 삼바 턱 밑까지 추격
韓 CDMO도 제도적 지원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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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보안법 美하원 통과 임박=9일 미국 하원의 다수당인 공화당 원내대표 의사 일정에 따르면 이날 오후(현지 시간) 생물보안법을 포함해 ‘규칙 정지 법안’으로 분류된 30개 법안이 하원 전체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들어간다. 규칙 정지란 미국 하원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무쟁점 법안을 그대로 신속하게 통과시키기 위해 활용하는 일종의 패스트트랙 절차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하원 규칙위원회 소속 짐 맥거번 민주당 간사 의원이 법안 반대에 동참하도록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어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하원 표결 결과가 상원 표결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하원에서 압도적으로 찬성 의견이 많다면 상원 통과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의회가 선정한 해외 적대국의 우려 바이오 기업과 미국 기업의 거래를 제한하는 법안이다. 그 대상으로는 중국 CDMO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 등이 포함됐다. 글로벌 CDMO 시장점유율 3위 업체인 우시바이오로직스의 미국 매출 비중은 47.4%에 달해 생물보안법 통과 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영국 헬스케어 시장조사 업체 인트론헬스는 생물보안법 통과 등으로 인한 CDMO 시장 공백이 20%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이 공백을 채우기 위한 글로벌 CDMO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와 신규 고객 유치 전쟁이 본격화하는 셈이다.
국내 CDMO 업계가 미국 생물보안법의 수혜를 예상하면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은 인도·일본 등 경쟁국이 발 빠른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적기에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CDMO 산업에서 정부가 세제 혜택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지 않으면 국내 기업의 반사이익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생물보안법의 최대 수혜국 ‘인도’=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모르도르인텔리전스와 포춘인디아에 따르면 인도의 CDMO 시장 규모는 지난해 196억 3000만 달러에서 2028년 2028년 446억 3000만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성장률은 14.7%로 주요 국가 중 가장 높다. 2028년에 인도는 중국(429억 4000만 달러)을 제치고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CDMO 국가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인도가 미국 생물보안법의 최대 수혜국으로 떠오르는 것은 높은 가격경쟁력에 기술력까지 보유했기 때문이다. 한국바이오협회가 발간한 ‘인도의 의약품 CDMO 투자 및 산업 동향’에 따르면 인도 CDMO 기업의 생산 비용은 미국·유럽 대비 35~40% 저렴하다. 제네릭 의약품의 약 40%를 미국에 공급하고 미국 외 지역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공장을 가장 많이 보유했을 정도로 기술 및 규제 전문성도 갖췄다.
이처럼 인도 바이오 산업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인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제조업 육성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스타트업 인디아(Startup India)’ 등이 시행된 후 인도 내 바이오 스타트업 숫자는 2014년 50개에서 2022년 6756개로 급증했다. 파라말파마솔루션·아라전·라우러스랩 등 인도의 핵심 제조 업체는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인도 자국 및 해외 CDMO로부터 투자를 받아 시설 확장을 진행했다.
인도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인도 오로빈도의 자회사 큐라테크는 지난해 11월 미국 머크(MSD)와 협정을 맺고 동물세포 배양을 위한 CDMO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모회사인 오로빈도는 3600만 달러 규모의 CDMO 시설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인도 제약사인 닥터레디스 역시 자회사 오리진파마슈티컬스를 통해 항체 및 바이러스 벡터 전문 CDMO 시설을 착공해 연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美·유럽 현지 투자 강화하는 일본=일본은 ‘머니 파워’를 앞세워 CDMO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전통 제약 산업이 발달한 일본은 그동안 CDMO 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지만 미국 생물보안법 통과를 계기로 현지 투자에 특히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대규모 세포배양 CDMO 사업 확장을 위해 12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후지필름이 대표적이다. 후지필름은 올 1월 덴마크에 유럽 내 최대 규모의 CDMO 공장을 완공하면서 2025년 기준 최대 생산량 75만 ℓ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78만 ℓ)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유리 생산 기업인 AGC(옛 아사히글라스) 또한 2019년 생명과학 사업에 뛰어든 뒤 2020년 아스트라제네카의 미국 콜로라도 원료 의약품 제조 시설, 2021년 이탈리아의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제조 시설을 연이어 사들였다. 아지노모토는 지난해 미국 유전자치료제 개발 및 생산 업체를 6억 2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은 이번 생물보안법 통과를 계기로 미국 현지에서 막대한 로비도 벌이고 있다고 한다”며 “생물보안법의 혜택을 얻기 위해서는 미국 현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 확충이 중요한데 국내 기업이 보유한 시설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라 해외 기업과 제대로 경쟁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토지·건축물까지 세제 혜택 줘야=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 지원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토지와 건축물을 대상으로 한 세액공제가 꼽힌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은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해당 법안은 국가전략기술산업의 세액공제 범위를 기존 설비투자에서 토지와 건축물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지난해 바이오 산업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시킨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가전략기술산업에 포함된 대기업·중견기업은 25%, 중소기업은 35%의 투자세액공제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의약품 생산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특법 제24조와 시행령 21조에 따르면 토지와 건축물은 세액공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대규모 건축물을 지어야 하는 산업 특성상 토지와 건축물에 대한 세액공제를 절실히 요구해왔다.
법안이 폐기된 것은 정부가 세수 감소를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법안과 함께 제출된 국회예산정책처의 비용 추계서에 따르면 세액공제 범위에 토지가 추가될 경우 2024~2025년 연평균 2495억 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중소 CDMO 기업들의 글로벌 고객사 유치를 위한 전시회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CDMO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 CDMO 기업은 ‘바이오 USA’와 같은 국제 전시회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만나 영업을 하게 되는데 ‘한국관’이 메인 전시관과는 너무 떨어져 있어 아무도 찾지 않는다는 불만이 크다”며 “KOTRA와 바이오산업진흥원 등이 주선하는 빅파마와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등 고객사 유치 지원을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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