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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르포]유주택자 대출 제한 첫 날, 한산한 창구 "은행별 대책 달라 복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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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부터 국민, 우리 유주택자 주담대 중단… 신한도 10일부터 동참
1주택 보유자, 하나, 농협에선 주담대 가능
조건부 전세대출, 하나 외 4곳 한시 중단
우리은행 8일 대출규제 실수요자 예외 조건 발표


이투데이

9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에서 고객들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정상원 기자 j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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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집이 있으면 주택담보대출을 내주지 않는다는 정책이 시행되는 것을 알아서 인지 평소보다 대출을 신청하는 고객이 확 줄었습니다.”

9일 오전 11시 경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여신 담당 직원 A씨는 여느 때보다 유독 한산한 점포를 보며 이같이 말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의 영업 창구 사정도 다를 바 없었다. 이날 이 곳을 찾은 60대 이민주(가명)씨는 “우리은행이 주거래은행인데 1주택자에게 전세대출을 풀어준다는 기사를 보고 상담하려고 와봤다”면서 “조만간 이사를 해야 되는데 얼마나 한도를 받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한숨지었다.

집을 한 채라도 가진 사람에게 주담대를 내주지 않은 유주택자 대출 제한조치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서 시행된 첫 날. 이들 은행 점포에서는 대출을 받으러 온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대출 한도 및 정책 관련 문의 전화도 뚝 끊겼다. 대출 규제가 본격화 되기 전인 지난주 까지는 문의가 많았지만, 규제가 강화되는 이달부터는 유선 문의도 현격히 줄었다는게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1주택 세대의 수도권 주택 투가 구입 목적의 주담대가 불가능하다. 앞서 7월 29일 이후 다주택자(2주택 이상)에게 주택구입자금 신규 대출을 막아왔는데, 이제 규제 대상을 1주택자까지 넓힌 셈이다. 단, 9일 이후라도 이사, 갈아타기 등 실수요자의 ‘기존 보유 주택 처분조건부’ 주담대는 허용한다.

은행권 최초로 1주택자에 대한 주담대를 금지했던 우리은행은 전날 전세자금대출 취급 시 실수요자 예외 조건을 발표했다. 최근 실수요자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자 선제적으로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실수요자 대출 완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아직 대출을 받지 못한 일부 차주들은 본인이 실수요자에 해당하는지 묻기 위해 창구를 찾기도 했다.

강남 인근 우리은행 영업점을 찾은 회사원 김수용(가명)씨는 “서울 쪽 빌라 1채 구입하려고 하는데 빌라 84㎡ 이하 공시가격 5억 원 이하는 무주택자라고 들었다. 전세자금 대출받는데 문제 없는지 궁금해서 방문했다”면서 “1주택자 제한이 오피스텔, 빌라 등은 적용 안되는 건지 어떻게 바뀐다는 건지 자꾸 오락가락하니 헷갈린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점포를 찾은 50대 자영업자 이은자(가명)씨는 “융자가 있는 아파트를 보유 중인데 전세나 월세를 주고 이사를 가려다 날벼락을 맞았다”면서 “자금이 모자라 전세자금대출 받으려하는데 자가 보유 아파트에 융자 있으면 전세자금대출이 안나오는지 궁금하다”며 창구 직원에게 문의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점포를 찾는 차주들은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 신한은행은 10일부터 제한 조치에 들어간다. 아직 유주택자 대출이 가능한 하나·NH농협은행 영업점도 비교적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유선이나 모집인을 통한 문의는 상대적으로 타 은행보다는 많이 들어오고 있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제한 조치가 상대적으로 약한 은행들을 두고 금리와 한도를 비교하는 문의 전화가 평소보다 크게 늘었다”면서 “다만,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에 맞춰 미리 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많고, 최근에는 대출 수요가 많이 꺾인 상태라 창구로 찾아와 직접 문의하는 경우는 현저히 줄어든 상태”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 본점영업부 대출 상담 직원은 “통상 대출을 받기까지 한 달의 기간이 소요되는데 10월에 대출을 받기 위한 수요가 지난달 말까지 문의가 빗발쳤고, 규제가 강화되는 이달부터는 대폭 줄어들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내놓은 실수요자 완화 조치를 보고 실수요자 요건과 대출 만기 기간을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하는 등 대출 한도와 관련한 문의가 종종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투데이/김범근 기자 (nova@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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