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독일과 더불어 유럽연합(EU)을 이끄는 쌍두마차다. 두 강대국은 최근 국가 리더십 실종 상황을 맞았다는 점에서도 난형난제다. 프랑스만 보면, 9월 취임한 미셸 바르니에 총리는 사회복지 지출 감소를 얼개로 하는 예산안으로 반발을 샀고, 최근엔 사회보장 재정 법안을 직권으로 통과시켰다가 파국을 맞았다. 내각 불신임 사태로 1958년 제5공화국 출범 이후 최단명 총리가 됐다. 프랑스 제1당인 신민중전선은 마크롱 대통령 하야도 요구하고 있다. 이른바 ‘신호등 연정’이 붕괴한 독일 정국에 못지않게 혼란스럽다.
하지만 프랑스는 에너지 리더십에 관한 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나라다. 원전을 중시한 덕분이다. 프랑스는 에너지 생산량의 약 60%가 원자력에서 나온다. 2050년까지 최대 15기의 원자로를 추가로 건설한다는 장기 목표도 있다.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원전에 집착한 독일과는 크게 다르다. 적어도 에너지 경쟁력에 관한 한 독일은 명함도 내밀 수 없다. 양국 정책의 차이가 산업 경쟁력에도 반영구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
프랑스는 세계가 알아주는 원전 강국이지만 대한민국 저력도 녹록지 않다. 지난 7월 체코에서 펼쳐진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 대결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EDF를 따돌린 것이 단적인 예다.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15년 만의 경사였다. K-원전 기술력이 살아 있는 한 경사는 계속 이어지게 마련이다.
한수원은 실제 19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루마니아원자력공사(SNN)에서 체르나보다 1호기 설비 개선 사업 최종계약을 체결했다. 원전 리모델링 계약을 따낸 개가였다. 예산은 약 2조8000억 원 규모로 한수원 몫은 약 1조2000억 원이다. 지난달 10조 원 규모의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건설 계약에 이어진 조 단위 수주다. 미국에서도 HD현대중공업·두산에너빌리티가 4세대 원전 기술을 보유한 테라파워와 손잡고 소형모듈원자로(SMR) 설비 개발 및 제작 사업에 뛰어들었다.
K-원전의 취약점은 독일과 유사하게 정치다. 우리 원전 생태계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으로 고사 위기에 내몰렸던 쓰라린 기억이 있다. 최근의 국정 혼란으로 집권 가능성이 높아진 더불어민주당이 탈원전 폭주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없지 않으니 걱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 체코 원전 수주를 ‘쪽박 사업’으로 몰아붙인 것도 찜찜하다. 시장 기류는 이미 심상치 않다. 민주당은 우리 산업 기반인 원전을 과거와는 달리 대할 것이란 점을 늦기 전에 명백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시장과 업계·학계가 그나마 불안을 덜 수 있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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