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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마음상담소] 삶으로 쓴 유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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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남 행복한죽음 웰다잉연구소 소장

이투데이

웰다잉 수업 중에는 유언장 작성 시간이 있다. 유언장을 작성하는 문화가 보편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부모님의 유산으로 다툼을 벌이는 가족의 사례를 심심찮게 본다. 자신이 평생 일구어온 유산을 자녀들이 사이좋게 나누어 갖길 바라는 마음은 부모들의 착각이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집안일수록 자녀들의 갈등은 더욱 심해진다.

수업 시간 중 유산과 관련된 다양한 사연을 듣는다. 자녀에게 유산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어르신도 있다. 삼형제 중에 자신에게 잘한 막내에게만 유산을 물려주고 싶다는 어르신도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아무것도 물려줄 것이 없다는 어르신이 돌아가신 뒤, 어머니의 아파트 보증금을 가지고 형제들이 다툼이 일어난 경우도 있다.

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생전에 끼고 다니시던 금반지를 왜 장남이 맘대로 가져가느냐 항의하며 패물도 팔아 현금으로 나누어 갖자는 자녀들도 있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평소에도 유산 분배로 사이가 좋지 않던 형제가, 아버지의 장례식을 각각 빈소를 따로 잡아 치른 경우도 있다. 이처럼 정리되지 않은 유산은 남은 가족의 갈등을 불러 일으킨다.

유언장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공정증서, 자필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녹음에 의한 유언 등 5가지가 있다. 이 중 따로 비용을 들이지 않고 성명, 주소, 내용, 날짜, 도장 혹은 지장 날인 등의 요건을 갖추면 자필증서로 작성하여도 충분한 법적 효력을 갖는다. 그러나 글로 쓴 유언장보다 삶으로 쓴 유언장이 중요하다. 살아 생전 부모님이 가족의 화합과 우애를 중시하였다면,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도 자녀들은 부모의 뜻을 따라 우애 있게 유산을 나눌 것이다.

살아 생전 부모님이 어려운 이웃을 돕고 베푸는 이타적 삶을 중시하였다면,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 자녀들은 부모의 뜻에 따라 어려운 이들을 돕는 데 기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글로 종이에 쓴 유언장보다, 삶으로 자녀들의 마음에 쓴 유언장을 남겨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남은 자녀들이 삶을 살아가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강원남 행복한죽음 웰다잉연구소 소장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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