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액 삭감 아닌 '인상 억제'…자동조정장치 도입 안 하면 소득대체율을 낮춰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 정책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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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금개혁 추진계획’에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를 놓고 노동·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비판하는 쪽에선 자동조정장치를 ‘삭감장치’로 바라본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일본형 자동조정장치를 단순한 삭감장치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현행 국민연금 급여 산정방식을 고려할 때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선택보단 필수에 가깝다.
먼저 현 국민연금제도는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 ‘국민연금법’상 보험료율은 9%, 명목소득대체율은 40%(2028년)다. 가입자가 40년간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냈을 때 생애 평균소득의 40%를 사망할 때까지 매월 연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수지불균형이 발생한다. 소득대체율 40%에서 보험료 수입과 급여 지출을 맞추려면 필요한 보험료율은 19.7%다. 보험료율 인상 없이 수지균형을 달성하려면 소득대체율을 20% 미만으로 깎아야 한다.
자동조정장치는 보험료율을 수지균형 수준까지 인상하지 않으면서 소득대체율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다.
정부가 제시한 일본식 자동조정장치는 소득대체율을 깎진 않는다. 국민연금에는 A값(가입자 평균소득) 초과 소득자의 급여를 깎아 A값 미만 소득자의 급여를 높이는 소득재분배기능과 매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만큼 급여를 인상하는 실질가치 보전기능이 있다. 정부가 제시한 자동조정장치는 실질가치 보전 시 기대여명과 가입자 증감률을 고려하는 것이다. 기대여명이 늘고, 가입자가 준다면 인상률이 낮아질 순 있지만, 수급 시 확정된 급여액이 깎이진 않는다.
오히려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보험료율을 수지균형 수준까지 높이거나, 소득대체율을 내려야 한다. 이는 자동조정장치 도입보다 가입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급격한 보험료율 인상은 가입자의 처분가능소득 감소는 물론, 기업의 인건비 부담 증가에 따른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소득대체율을 내리면 연금 수급이 시작되는 시점에 급여액이 줄어든다.
특히 자동조정장치 도입으로 인상률이 억제돼도 수급이 개시되는 시점에 이미 낸 돈보다 많은 급여액이 확정된다. 이는 국민연금 급여 산정방식에 기인한다.
국민연금 급여 산정기준인 생애 평균소득은 절댓값이 아니다. 과거 소득은 A값과 물가 변화가 반영돼 현재 소득으로 재평가된다. 지난해를 1로 봤을 때 1998년 재평가율은 2.371이다. 1998년 당시 보험료 산정기준 소득액인 기준소득월액이 100만 원이었다면, 연금 수급 시에는 237만1000원으로 계산된단 의미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런 식으로 매년 기준소득월액을 현재 가치로 재평가하고, 그 평균값에 가입 기간 등을 고려한 일정 비율을 곱해 급여액을 정한다.
일반적으로 A값 상승률은 물가 상승률보다 높다. 모든 가입자는 수급이 개시되는 시점에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급여가 오른다. 특히 저소득 가입자는 소득재분배기능에 따라 재평가 소득 기준으로 낸 돈의 2배 이상을 급여로 받는다. 절댓값 기준 수익비는 5배를 넘는다.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제시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도 보험료율을 더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재설계가 필요하다. 자동조정장치 도입 없이 소득대체율이 낮아지면 급여는 매년 인상되더라도 수급 시점에 급여액이 낮아진다.
[이투데이/세종=김지영 기자 (jy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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