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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印 '가성비' 日 '머니파워'로 치고 나가는데···韓만 기업 홀로 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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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DMO 각축전]

◆ 시장공략 앞서가는 경쟁국

印, 美보다 생산비용 35% 저렴

정부 지원 업고 대규모 시설투자

日 후지필름 美 세포배양사업 확장

점유율 확대 위한 로비까지 진행

韓기업도 정책 뒷받침 따라야 승산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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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 바이오 기업에 타격을 주는 미국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제정이 임박했지만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은 인도·일본 등 경쟁국이 발 빠른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적기에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CDMO 산업에서 정부가 세제 혜택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지 않으면 국내 기업의 반사이익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도·일본 등 경쟁국의 바이오 기업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뛰는데 한국 CDMO 기업들은 나 홀로 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모르도르인텔리전스와 포춘인디아에 따르면 인도의 CDMO 시장 규모는 지난해 196억 3000만 달러에서 2028년 2028년 446억 3000만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성장률은 14.7%로 주요 국가 중 가장 높다. 2028년에 인도는 중국(429억 4000만 달러)을 제치고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CDMO 국가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인도가 미국 생물보안법의 최대 수혜국으로 떠오르는 것은 높은 가격경쟁력에 기술력까지 보유했기 때문이다. 한국바이오협회가 발간한 ‘인도의 의약품 CDMO 투자 및 산업 동향’에 따르면 인도 CDMO 기업의 생산 비용은 미국·유럽 대비 35~40% 저렴하다. 제네릭 의약품의 약 40%를 미국에 공급하고 미국 외 지역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공장을 가장 많이 보유했을 정도로 기술 및 규제 전문성도 갖췄다.

이처럼 인도 바이오 산업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인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제조업 육성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스타트업 인디아(Startup India)’ 등이 시행된 후 인도 내 바이오 스타트업 숫자는 2014년 50개에서 2022년 6756개로 급증했다. 인도의 파라말파마솔루션·아라전·라우러스랩 등 인도의 핵심 제조 업체는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인도 자국 및 해외 CDMO로부터 투자를 받아 시설 확장을 진행했다.

인도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인도 오로빈도의 자회사 ‘큐라테크’는 지난해 11월 미국 머크(MSD)와 협정을 맺고 동물세포 배양을 위한 CDMO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모회사인 오로빈도는 3600만 달러 규모의 CDMO 시설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인도 제약사인 닥터레디스 역시 자회사 오리진파마슈티컬스를 통해 항체 및 바이러스 벡터 전문 CDMO 시설을 착공해 연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머니 파워’를 앞세워 CDMO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전통 제약 산업이 발달한 일본은 그동안 CDMO 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지만 미국 생물보안법 통과를 계기로 현지 투자에 특히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대규모 세포배양 CDMO 사업 확장을 위해 12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후지필름이 대표적이다. 후지필름은 올 1월 덴마크에 유럽 내 최대 규모의 CDMO 공장을 완공하면서 2025년 기준 최대 생산량 75만 ℓ로 삼성바이오로직스(78만 ℓ)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유리 생산 기업인 AGC(옛 아사히글라스) 또한 2019년 생명과학 사업에 뛰어든 뒤 2020년 아스트라제네카의 미국 콜로라도 원료 의약품 제조 시설, 2021년 이탈리아의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제조 시설을 연이어 사들였다. 아지노모토는 지난해 미국 유전자치료제 개발 및 생산 업체를 6억 2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은 이번 생물보안법 통과를 계기로 미국 현지에서 막대한 로비도 벌이고 있다고 한다”며 “생물보안법의 혜택을 얻기 위해서는 미국 현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 확충이 중요한데 국내 기업이 보유한 시설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라 해외 기업과 제대로 경쟁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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