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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씨가 흐려서 기분이 안 좋아. 기분에 맞는 영화 추천해줘."
성장 정체에 빠진 인터넷TV(IPTV) 시장이 인공지능(AI) 기능으로 고객 잡기에 나섰다. AI 기능으로 각 시청자에게 특화된 개인화 요소를 키우고, 시청 편의를 향상하는 자막이나 영상 하이라이트 등을 AI가 자동으로 만들어 줌으로써 IPTV에서만의 차별화된 시청 경험으로 이탈 고객을 붙잡는 것이 목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집계에 따르면 IPTV와 종합유선방송, 위성방송을 모두 포함하는 유료방송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처음 가입자 수가 감소했다. IPTV는 가입자 순증을 이뤄내며 역성장은 피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가입자 증가율이 전기 대비 0.54%를 기록하며 첫 0%대 성장으로 떨어졌다. 2021년 하반기 3.61%의 증가율에서 반기마다 0.5~1.0%포인트씩 꾸준히 증가세가 둔화됐다.
유료방송 시장을 위협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보편화는 IPTV 가입세 둔화의 큰 원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IPTV 이용률이 가장 낮은 가구인 1인 가구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로 사업자들의 추가 가입자 확보 또한 녹록지 않다.
IPTV 3사가 일제히 집중하는 것은 AI 기능을 활용한 시청 경험 및 편의성 강화다. AI가 시청자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를 추천해 콘텐츠를 찾아 헤매는 시청자의 피로감은 줄이고, AI로 자막을 생성하고 스포츠 영상의 하이라이트를 만들어주는 등 시청 편의는 개선하는 방향이다.
KT는 2022년 10월 자사 IPTV인 '지니TV'를 전면 개편하며 콘텐츠를 AI가 큐레이션해 주는 '미디어 포털'을 선보인 뒤 AI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KT 고객은 IPTV 첫 화면에서 만나는 미디어 포털에서 자신의 시청 이력을 기반으로 KT가 추천해주는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음성으로 키워드를 검색하면 OTT부터 유튜브, VOD, 채널, 애플리케이션, 음악까지 한 번에 찾는 기능도 제공한다.
이어 올해 4월에는 AI로 영상을 분석하고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솔루션인 '매직플랫폼'을 선보였다. KT는 매직플랫폼을 기반으로 자사 IPTV 고객이 원하는 장면만 선택해 볼 수 있는 'AI 골라보기' 기능을 연내 도입할 예정이다.
AI 골라보기 기능은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 음악, 장면 등을 분석한 뒤 콘텐츠를 편집해 제공하는 것이다. 가령 한 시청자가 ENA와 SBS플러스의 '나는 솔로' VOD를 시청하면, 등장인물 중 '옥순'이만 나오는 장면이 화면 하단에 섬네일(축소판 미리 보기)로 노출돼 해당 장면을 골라 볼 수 있다.
SK브로드밴드의 'B tv'도 초개인화된 'AI B tv'로 전환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말에는 이용자의 스마트폰으로 프로필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자동 개인식별 기능을 제공해 초개인화된 IPTV 홈 화면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가족 구성원들이 한 IPTV를 시청하더라도, 시청자마다 다른 홈 화면이 노출된다는 의미다.
SK브로드밴드는 올해부터 KLPGA·KPGA 투어 골프 대회에 'AI 골프'를 적용해 중계하고 있다. AI 골프 서비스는 SK브로드밴드와 SK텔레콤이 AI 기술을 골프 방송에 적용한 것으로, 실시간 대회 중계 화면에서 홀, 샷, 선수별 영상을 AI가 자동 편집해 제공한다. 또한 연내에는 AI가 1분 내로 주요 장면과 주제를 분석해 자동으로 포스터를 디자인하는 'AI 포스터' 등의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이달 IPTV 'U+티비'에 자사 AI인 익시 기반의 미디어 에이전트를 적용했다. LG유플러스가 도입하는 기능은 AI를 활용한 초개인화 추천과 시청 보조 기능이다. 기존에도 시청 이력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기능은 있었는데, 여기서 나아가 이제는 추천 콘텐츠와 함께 추천 이유를 생성형 AI가 생성한 문구와 함께 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령 좋아하는 감독님이 연출한 영화'와 같은 문구가 노출되면서 시청자가 해당 콘텐츠가 왜 추천됐는지 알 수 있게 했다.
나아가 LG유플러스는 시청자가 음성으로 자신의 기분을 이야기하면 이에 맞춰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기능도 연내 도입할 예정이다. 방송이 끝나고 올라오는 VOD를 한글 자막과 함께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AI 자막'도 도입됐다. AI가 콘텐츠의 음성 정보를 추출하고, 방송사에서 제공하는 폐쇄형 자막과 비교해 10분여 만에 자막을 자동 생성하는 방식이다.
AI 기능 하나로 새로운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은 어렵지만, 기업들은 이러한 기능을 꾸준히 고도화하면서 이탈하는 IPTV 시청자를 붙잡고, 기존 시청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것이 목표다.
IPTV 3사는 IPTV 시청 가구마다 설치되는 셋톱박스 차별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7월 AI 기능을 도입하며 음향 기능을 대폭 강화한 셋톱박스인 '사운드바 블랙2'를 선보였다. 기존의 셋톱박스 형태와 달리 얇고 긴 스피커인 사운드바 형태를 띤 것이 특징이다. 특히 AI 기반 '공간 맞춤 음향' 기능을 적용했다. 내장 마이크를 이용해 공간의 음향 특성을 분석하고 AI를 기반으로 고객 시청환경에 최적화된 서라운드 사운드로 자동 튜닝하는 기능이다.
KT와 SK브로드밴드는 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한 차세대 셋톱박스 제품을 개발 중이다. KT 관계자는 "'더 빠르고, 더 편리하며, 다 알아서'라는 특장점을 담은 '온디바이스 AI 셋톱박스'를 연내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도 "연내 출시 준비 중이며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각 사 셋톱박스의 AI 기능도 올해 전반적으로 고도화될 전망이다.
[정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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