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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미중 대결 시대: 남중국해에서 전쟁이 나면 누가 이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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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미국의 니미츠급 항공모함 에이브러함 링컨호가 제 7함대 작전 지역인 필리핀해에서 항해 중이다. 상공에는 E-2C 호크아이, F/A-18F 슈퍼호넷 등 최신 전투기들이 비행중이다. 하지만 미국은 아시아지역에서 중국에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016년 6월 18일 촬영.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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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예산이 매년 1천조 원이 넘는 나라, 중국보다 4배, 러시아보다 8배나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국가, 핵추진 항공모함 11척과 전세계 약 50개국에 750곳의 군사 기지를 보유한 초강대국, 당연히 지구상의 유일한 '슈퍼 파워' 미국이다. 그러므로 중국의 국력이 아무리 강해졌어도 군사력 면에서는 아직 미국을 넘어설 수 없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전장을 남중국해나 타이완으로 한정하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올해 초 미국의 외교전문 잡지 '포린 어페어즈'에 '미국은 아시아에서 중국을 능가할 수 없다'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미국 스팀슨센터의 켈리 그리코 선임연구원과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제니퍼 카바나 수석연구원이 함께 쓴 2024년 1월 16일자 글이다. 필자들은 미국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 집권 이전부터 서태평양에서 중국의 영토 확장 야심을 막아내기 어려워진 상태라고 전제하고 있다.

지금처럼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에서 전쟁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는 유럽이나 중동에서 미군 전력을 빼오기도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아시아의 방위는 이 지역 미군 전력을 포함해 아시아, 혹은 인도태평양 지역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아시아에서 동맹 중시 정책을 편 것도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우위(primacy)를 지켜내기 위한 전략 변화 였다.

쿼드(QUAD)와 오커스(AUKUS)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미국의 대표적 노력이다. 일본은 방위비를 5년 안에 무려 65%나 증액하겠다며 적극 호응했다. 한미일 안보 협력도 한 차원 높아졌다. 미국은 취약했던 필리핀과의 동맹을 복원하고 기지 사용권도 추가로 확보했다. 호주에는 핵추진 잠수함까지 제공하는 놀라운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이런 동맹 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아직 중국군에 대해 우위에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포린 어페어즈'에 실린 위 글의 평가다. 인도태평양 지역에는 미군 주도의 일사분란한 지휘체계도 구축돼 있지 않고, 중요한 전략적 지점에 군대를 투입하는 것도 의지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지역에 유럽의 NATO와 같은 군사동맹이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 같다.

중국의 타이완 침공을 가정한 미국 의회나 연구기관들의 여러 시뮬레이션도 전쟁의 승패 여부를 떠나 미군 또한 막대한 인명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예상해 왔다. 미국과 동맹국인 일본, 한국이 입을 군사적, 경제적 타격도 가늠이 어려울 정도다. 미군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지만 태평양 건너편의 중국군을 제압하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필자들은 특히 범위가 광대하고 섬나라가 많은 이 지역의 특성상 각국이 중국의 위협을 느끼는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한국과 필리핀 등은 중국의 강압에 민감하지만,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은 비교적 둔감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까지 감안하면, 아시아 지역에서 미군 주도의 연합 전력 구축과 이를 통한 중국에 대한 군사적 우위는 달성 자체가 힘들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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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중국 해군 호위함 2척이 모 훈련 지역으로 항해 중이다. 해안 지역 목표물에 함포를 발사하고 대함 미사일 방어 등의 훈련을 실시했다. 중국의 군사력은  적어도 아시아에서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증강됐다. 중국 국방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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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균형잡기'(balancing)를 통해 중국의 패권을 저지하는 것이 현명 하고 지속 가능한 미국의 전략이라는 것이 이 글의 결론이다. 이를 위해 전략적 지점의 방어에 집중하고 동맹국에 안보 부담을 더 전가해야 한다고 필자들은 주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 일본, 인도 등의 주요 산업 지역과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수로를 잘 지키고, 필리핀과 타이완 등의 자체 방위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글의 주장대로라면 미국이 어떻게 해도 아시아에서 군사적 우위를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이미 어려워진 상태다. 그나마 아직 중국의 아시아 패권(hegemony)을 저지하는 것은 가능한데, 이른바 '균형잡기' 가 현실적인 대응책이라는 것이다. 미군은 물론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라는 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아세안(AEAN, 동남아국가연합) 지역에서 동맹국인 필리핀 뿐 아니라 베트남과 태국, 싱가포르 등과의 협력 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최근 싱가포르에서 나온 한 조사 결과는 이런 시도에 별로 효과가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싱가포르의 ISEAS(유소프이샤크 연구소)가 아세안 10개 회원국의 1,000~2,000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응답자들은 학자와 공무원, 시민사회 및 미디어 관계자, 국제기구 직원 등 이른바 이 지역의 '엘리트'들이다. 질문은 매우 구체적이다. 만약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한 나라와 줄을 맞춰야 (align with)한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였다. 50.5%가 중국이라고 답을 했다. 미국은 49.5 %였다. 중국이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이후 동일한 조사에서 중국이 미국을 처음으로 제쳤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달 '포린 어페어즈'는 이번 ISEAS의 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미국은 동남아를 잃고 있다'라는 제목을 붙였다. 아세안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상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미국에는 허탈한 결과다. 생존을 위해서는 태평양 건너 미국이 아니라, 가까운 중국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아세안 지식인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남중국해에서는 중국과 필리핀의 영유권 갈등이 고조되면서 함정들끼리 충돌하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인 필리핀을 지지하면서 중국의 영토적 야욕을 비판하고 있다. 필리핀의 해경선을 미 해군이 직접 호위하겠다고 경고까지 했다. 하지만 중국은 막무가내다.

미국은 지금 대선을 눈앞에 두고 국내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의 전쟁을 수습하기도 바쁘다.

아시아에서는 미국의 군사적 우위가 중국의 거센 도전 받고 있다. 여기다 아세안 엘리트들의 여론은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중국이 과거와 달리 미국의 경고를 무시할 수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저자는 YTN 베이징 특파원과 해설위원실장을 지내는 등 30년 동안 언론계에 몸담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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