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앞둔 유통가 물가 동향
차례상 비용 2%대 감소했다지만
배추·조기·무 등 판매가 크게 올라
과일도 샤인머스캣 빼고 모두 급등
애호박·시금치 등 밥상물가도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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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하남시에 사는 박 모(75)씨는 추석 연휴 전 주말인 8일 트레이더스 홀세일클럽 스타필드 하남점을 찾았다. 오이 매대 앞 가격표를 한참 쳐다보다가 집어든 그는 “평소 같으면 오이 5개가 5000원인데 오늘은 만 원대에 샀다”며 “추석 물가가 내려갔다고 하지만 전혀 체감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박 씨처럼 장을 보러 온 고객들은 조기, 배추 등 차례상에 올라가는 농수산품 가격표를 유심히 살피면서도 선뜻 장바구니에 담지 못했다.
물가조사 기관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기준 추석 차례상 비용이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추석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소비자들은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달 폭염과 열대야로 작황이 부진한 배추, 무 등은 추석을 앞두고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애호박, 시금치 등의 채소는 차례상에 올라가지는 않지만 서민들의 밥상에 자주 오르는 품목들도 급등해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이날 트레이더스에서는 오이가 7개에 1만 980원, 애호박 3개 6980원, 알배기 배추는 2통에 8980원, 당근은 2kg에 1만 1980원에 판매됐다. 모두 전통시장보다 높은 가격이다. 그나마 한 송이에 2980원인 바나나와 3000원대인 햇 무는 전통시장보다 저렴해 여러 통씩 카트에 담는 손길이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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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6일 오후 찾은 서울 구로구 남구로시장. 서울 지역 전통시장 중에서도 채소와 과일류가 저렴하기로 손꼽히는 이곳조차 가격이 비싸다며 고객들이 상인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물에서 팔닥거리는 활꽃게는 1kg에 15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는데, 방금 죽은 게는 13000원에 팔고 있었다. 활꽃게 2kg을 2만 8000원에 산 이 모(52)씨는 “어제는 1만 3000원이었는데 내일은 1만 7000원이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샀다”면서 “요새 차례는 안 지내지만 손님 맞이는 해야 하니까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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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가게 주인 박 모씨는 “배에서 잡은 것을 직접 매수해 오는데 활꽃게는 매일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 톱밥에 넣어 기절 시킨 꽃게는 살아있는 꽃게보다는 신선도가 덜하지만 수산대전 할인혜택을 적용하면 1kg당 8700원 대로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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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로시장에서는 오이 2개 1500원, 애호박은 1개 1500원에 판매하고 있었고 시금치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평소 오이는 4개 2000원, 애호박은 1개 1000원, 시금치는 한 단에 3000원 선이었지만 폭염의 영향으로 1만 5000원까지 급등했다. 한 전통시장 내 마트 관계자는 “시금치는 너무 비싸서 잘 팔리지도 않는데 재고로 남으면 처분할 수도 없기 때문에 아예 가져다 놓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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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집에서 송편을 산 송 모 씨는 “한 팩에 5000원 주고 샀는데 평소보다 양이 줄었다”고 했지만, 떡집 주인은 “잡곡 값이 20% 이상 올라서 마진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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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의 경우는 샤인머스캣 가격이 폭락하고 제수용으로 값비싼 사과와 배 품종이 아직 출하되지 않은 덕에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남구로시장에서 35년째 과일장사를 했다는 충남상회의 박 모(71)씨는 “지금 나오는 사과는 부사가 아니라 홍로라 싼 것”이라면서 “조만간 값비싼 제수용 과일이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샤인머스캣은 8월 초 2kg 한 상자에 2만 5000원씩 했지만 공급이 늘어나 지금은 1만 2000원으로 떨어졌다”면서 “샤인머스캣만 떨어졌지 나머지는 추석이니 아무래도 좀 올랐다”고 전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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