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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나도 우울증에 걸릴까”… 뇌를 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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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우울증 관련 뇌 연구 잇따라

특정 영역 크기 분석해 발병 예측

뇌 회로로 치료 효과도 알 수 있어

동아일보

뇌에는 인지 제어를 담당하는 영역들이 있다.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해당 영역들을 이미지로 시각화해 우울증 치료 효과와 관련된 연구를 발표했다. 스탠퍼드대 장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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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우울증 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우울증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우울증 진료 인원 현황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우울증 환자는 100만744명으로 우울증 환자 100만 명 시대에 진입했다. 우울증은 자살에 이르는 고위험 요인으로 중증에 이르지 않도록 조기 진단을 하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우울증 위험을 예측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중증 환자를 줄일 수 있지만 아직 명확히 확립된 우울증 예측 방법은 없다. 과학자들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을 예측하고 잠재적인 치료법과 효과를 제시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찰스 린치 미국 웨일 코넬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2배 큰 특정 뇌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규명하고 연구 결과를 5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우울증의 잠재적인 치료 타깃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수십 년간 의과학자들은 뇌신경영상 연구를 통해 우울증이 있는 사람의 뇌 변화를 살폈다. 뇌신경영상은 뇌의 구조, 기능 등을 영상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울증 환자의 뇌 구조 및 영역 간 연결성은 일반인과 약간 차이가 있다는 점이 확인됐지만 우울증 발병 메커니즘이나 위험 요소에 대한 이해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우울증의 신경생물학적 이해를 높이기 위해 평균 연령 41세의 주요 우울장애 환자 141명과 건강한 대조군 37명을 대상으로 ‘정밀 기능적 지도화(PFM)’ 기술을 적용했다. PFM은 각 개인의 뇌에서 일어나는 특정 기능과 연관된 위치를 고도로 정밀하게 지도화하는 기술이다.

분석 결과 연구팀은 우울증이 있는 환자의 뇌는 건강한 사람 대비 ‘전두-선조체 현저성 네트워크’라고 불리는 뇌 영역이 약 2배 확장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영역은 환경 자극을 감지하고 행동을 조율하며 감정과 동기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우울증 환자의 뇌에서는 이 영역이 점점 넓어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확장된 상태로 고정화되는 특징을 보였다.

청소년기에 접어들어 본격적으로 우울증 증상을 보이기 전인 어린이일 때부터 전두-선조체 현저성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전두-선조체 현저성 네트워크 확장이 잠재적으로 우울증 위험을 높이는 생물학적 지표라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1년 6개월간 환자의 뇌를 최대 62회 스캔하는 장기 분석을 통해 우울 증상과 연관된 영역 간 연결성 변화도 확인했다. 뇌 네트워크의 크기, 연결성 등이 우울증 발병이나 심화 가능성을 예측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뇌 연구는 우울증 발병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울증 치료 효과도 예측할 수 있다. 장쉐 미국 스탠퍼드대 정신의학·행동과학과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은 우울증과 비만을 함께 가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지기능과 연관된 뇌 회로 활동을 측정한 연구 결과를 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일반치료보다 문제해결치료, 행동개입 등 통합치료를 시행했을 때 인지기능 제어와 관련된 뇌 회로 변화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했다. 통합 치료 시 우울증 치료 결과에 대한 예측이 39% 향상된다는 점도 알아냈다.

연구팀은 “치료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된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평한 의학적 개입 효과를 얻으면서 질환에 대한 경제적 부담도 줄여 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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