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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남편은 의문사 당했지만”…한국서 연설하는 이 여성에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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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나발니 부인 나발나야 반부패 자문위회장

세지포 참석 위해 첫 방한

“푸틴 대선 80% 지지율 불신
실제 20% 수준에 그칠 것”

“국제사회 제재, 국민 아닌
푸틴·측근들 직접 노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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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의문의 죽음을 맞은 알렉세이 나발니가 생전 그의 아내 율리야 나발나야와 다정하게 찍은 셀카 사진. [나발나야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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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러시아의 대표적인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갑작스럽게 교도소에서 사망했다. 러시아 정부는 책임을 부인했지만 국제사회는 그의 사망이 크렘린궁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봤다.

나발니의 사망 이후 주목을 받은 이는 그의 아내이자 정치적 동반자인 율리야 나발나야 반부패재단 자문위원회 회장(사진)이다. 그는 오랜 세월 나발니와 정치적 활동을 함께했다. 나발나야 회장의 영향력을 우려한 러시아 정부는 지난 7월 그를 ‘테러리스트’로 지정했다.

최근 매일경제는 나발나야 회장을 인터뷰하며 국제사회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욕을 견제하기 위해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 물었다. 나발나야 회장은 제25회 세계지식포럼에 연사로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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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세계지식포럼 개막을 하루 앞둔 8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관계자들이 행사 준비에 한창이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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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나야 회장은 “푸틴 정권하에서 러시아 사람들이 자유를 억압받고 있다”고 말했다. 단지 소셜미디어에서 특정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간단한 포스트를 올리거나 “전쟁 반대”라는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증언이다. 거리로 나가 어떤 말을 하거나 ‘푸틴에 반대한다’는 표시로 빈 종이를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지난 3월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의 지지율이 80% 이상 나온 데 대해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발나야 회장은 “현재 푸틴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정확한 비율을 계산할 수 없다”며 “그들은 (지지율이) 80%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20%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했지만 러시아 내 여론이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고도 설명했다. 러시아가 강력한 프로파간다를 펼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공격 역시 정권 유지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사회는 러시아를 다방면으로 제재해왔지만 전쟁을 종식시키는 데는 큰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발나야 회장은 “보다 개인적인 제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제재가 있었지만 그 제재들은 푸틴이나 그의 정권이 아닌 러시아와 러시아 국민을 향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나발나야 회장은 “측근들은 전 세계 어디에서든 호화로운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이 생활을 계속하고 싶은지 아니면 푸틴을 지지할 것인지 고민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간 제재의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보는 배경은 러시아의 정치적 상황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제재가 법에 따라 이뤄지지만 사실상 권위주의 정권인 푸틴에게는 아무 효과가 없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푸틴은 단순한 국가의 대통령이 아니라 범죄자다. 그러니 그를 움직이고 그의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방법으로 철저한 ‘조사(Investigation)’를 꼽았다. 나발나야 회장은 “푸틴 측근의 자산은 숨겨져 있을 것”이라며 “나발니의 조직은 푸틴 측근들에 대해 매우 강력한 조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사회가 러시아 올리가르히(재벌)의 자산을 찾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면 반부패재단은 이 점에서 매우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발나야 회장은 미국 대선이 러시아 정세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강력한 민주주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어떤 대통령하에서도 그 시스템이 작동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은 대통령제긴 하지만 의회가 있어 대통령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기울이고 있는 노력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우크라이나가 주요 지원 국가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제 평화와 인권, 특히 러시아 인권에 있어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한국은 푸틴 정권에 대해 여러 제재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고, 이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푸틴 정권에 맞서 더 강하게 목소리를 내고, 그 정권이 범죄 정권이며 가능한 한 빨리 무너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나발나야 회장은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열리는 세계지식포럼에 참여해 연설할 계획이다. 나발나야 회장은 “내게는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며 “포럼에 참석해 소통과 협상의 기회를 얻는 것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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