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저히 이해 안 가는 정치 탄압"
문 "당에 감사… 당당하게 임하겠다"
與 "사법리스크 방탄 동맹" 비판
문재인(오른쪽)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인사하고 있다. 양산=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면서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겨냥한 발언이지만, 지난 총선 이후 어색해진 친문재인(친문)계와 관계를 고려하면 이 대표가 사실상 자신의 사법리스크까지 염두에 두고 문 전 대통령 엄호에 나섰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이재명 "檢 정치보복"… 문재인 "당당하게 임할 것"
이 대표는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과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권양숙 여사와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당대표 취임 이후 소속 정당 출신의 전직 대통령 예방은 통상적인 일정이다. 지난달 대표 취임 직후 잡힌 일정이었지만, 이 대표의 코로나19 확진으로 한 차례 연기돼 이날 성사됐다. 공교롭게 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시점이라 이날 회동에 관심이 더 집중됐다.
이 대표는 40여 분간 진행된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먼저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작태는 정치적으로도 법리적으로도 도저히 이해 가지 않는 정치 탄압이고, 한 줌의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문 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나나 가족이 감당할 일이지만 당에 고맙게 생각한다"며 "당당하게, 강하게 임하겠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검찰 수사가 '정치보복'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두 분이 지난 정부까지 진행했던 검찰개혁의 미완에 공감했다"며 "검찰 수사가 흉기가 되고 정치보복의 수단으로 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같이 개탄하고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 집권해 나라를 엄청나게 혼란으로 몰고 가고, 국민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직격했다.
앞서 권 여사도 이 대표에게 문 전 대통령 일가 수사에 대한 대처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 여사가 일련의 상황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고, 당에서 지금처럼 중심을 잡고 잘 대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이 대표는 당에서 중심을 잡고 잘 해나가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문재인(앞줄 왼쪽 세 번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8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자신의 자택에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양산=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李, 김정숙 수사엔 침묵하다 적극 대응… 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여야 대표 회담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 일가 수사가 본격화된 직후부터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전 정권에 대한 정치탄압 대응을 전담하는 당내 대책기구 구성을 지시하고,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에서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이래서야 정치가 가능하겠느냐"며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대표의 일부 강성 지지층이 문 전 대통령을 공격하자 "분열은 패배의 원인이다. 총구는 언제나 밖을 향해야 한다"고 진영 내 단결까지 당부했다. 총선 이후 여권에서 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인도 순방과 옷값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지만, 당시 이 대표나 당 차원의 대응은 지금과 달랐다.
이 때문에 여당을 중심으로 이 대표 본인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한 사전 포석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일단 총선 공천 때와 달리 내부적 결속을 다져놔야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만남에서도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가짜뉴스를 거론하며 "우리 내부가 흔들리거나 분열돼선 안 된다"고 말했고, 이에 문 전 대통령도 강한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도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을 '방탄 동맹'으로 격하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오늘 만남은 야권의 정치세력화로 검찰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노골적 의도가 담긴 꼼수회동"이라며 "사법리스크로 위기를 자초한 두 사람의 방탄 동맹"이라고 맹비난했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