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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일단 살고보자” 공공택지도 포기하는 건설업계… 해약금만 ‘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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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올해 1~7월 기준 해약된 공공택지는 총 17필지(1조9119억 원 상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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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한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으로 공공택지 매입 계약을 취소하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한때 '벌떼입찰'이 일어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경기 불황으로 당장의 수익보다 생존을 선택한 업체들이 ‘눈물의 반환’에 나선 셈이다.

8일 LH에 따르면 올해 1~7월 해약된 공공택지는 총 17필지(1조9119억 원 규모)다. 2023년 한 해 동 5필지(3749억 원)가 해약된 것과 비교하면 금액 기준 5배 이상 늘었다. △경기 화성시 동탄2지구(5필지) △파주시 운정3지구(2필지) △인천시 영종지구(2필지)ㆍ가정2지구(1필지) 등이다.

공공택지는 공공기관인 LH가 조성, 공급하고 건설업체나 시행사가 입찰에 참여해 낙찰받는 건설 용지다. 민간개발택지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 일단 당첨되면 '로또'나 다름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상황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불황에 접어들면서 반전됐다. 분양 물량이 안 팔려 수익은 고사하고 미분양이 되진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사이 공사 자재비와 인건비, 금융비용이 오르며 부담이 커졌다. 개발로 수반되는 장기적 이윤보단 생존이 우선이란 인식이 커지며 공공택지는 어느새 애물단지가 됐다.

시행사가 토지 대금을 6개월 이상 연체하거나 연체 이자가 계약금을 넘어서면 공공택지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일정 기간 이상 납부대금이 밀렸다고 해서 무조건 계약이 해지되는 건 아니다. 분양받은 업체의 계약 이행 정도 여부나 해당 택지의 재매각 가능성, 향후 부동산 동향ㆍ경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관계 법령에 따라 최종 해약이 결정된다.

LH 관계자는 “해약이 되면 택지를 분양받은 건설업체나 시행사는 계약금 반환을 못 받아 손해를 보겠지만 LH도 재매각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계약 상황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올 초 인천 가정2지구 B2블록 시공을 담당한 A건설사는 300억 원 상당의 금액을 날리며 택지계약을 취소했다. 4월에는 B건설사가 울산 다운2지구 B-6블록 계약금 등 약 140억 원 등을 매몰비용으로 처리하고 LH에 택지를 반납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체나 시행사들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물량도 소화를 못하는 상황에서 새롭게 택지를 매입해서 분양에 나서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신규택지에 신축 아파트를 짓고 분양하기까지 최소 5년은 필요한데, 현재와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볼 때 수급이나 가격 면에서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토지 공급을 주요 수입원 중 하나로 삼고 있는 LH의 재무 건전성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토지가 팔리지 않는 건 물론 매각했던 땅도 해약돼 다시 돌아오는 일이 빈번해서다.

정부는 주거 안정을 위해 시세보다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워 LH에 올해 5만 가구, 내년 6만 가구 이상의 공공주택 착공을 주문했다. 기조성된 3만6000가구 규모의 수도권 공공택지 중 2025년까지 실제 착공에 들어간 곳을 대상으로 한 미분양 매입확약도 LH가 진행한다. 올 11월부터는 경매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입하고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사업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올 6월 LH의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2028년 기준 부채는 지난해(83조3000억 원) 대비 3배에 육박하는 236조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경우 부채비율은 158.8%에서 238%로 크게 오른다. 현재 부채비율은 218%인 것으로 알려졌다.

LH 관계자는 “재무 구조상 부채가 많은 편이나 금융이자가 발생하는 부채는 전체의 절반에 그치는 등 안정적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국민주거복지 실현 등 부여된 공적 역할 추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LH는 토지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토지리턴제(토지 환매조건부 매각), 공급가 재산정, 할부 판매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택지를 활용한 주택사업을 전적으로 LH에 맡긴 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LH의 부채를 국가 몫으로 반영하지 않는 현재의 구조를 지적하는 시선도 있다. 공공택지 정책 특성상 시차가 길고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지만 정부의 직접적 재정 지출은 많지 않다 보니 LH의 부담이 커진다는 주장이다.

오지윤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택 경기 하강으로 매각이 지연되면 LH의 재정적 기회비용이 상승, 민간 회사에 토지를 매각함으로써 조성에 들어간 비용을 회수할 수밖에 없다”며 “택지사업이 민간자본에 의존하게 되면 매각 역시 주택 시장 현황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투데이/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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