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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이슈 미술의 세계

“미술품 담보 대출, 주요국선 보편화…커지는 韓 미술시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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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 아트파이낸스 총괄
숀 데시데리오 부사장 인터뷰

1억 이상 현대 미술품 대상
추정가 40~60% 한도 대출
높은 현금 유동성 확보 가능
“미술품 가치 최우선 고려
경기 영향도 크게 안 받아”


매일경제

글로벌 경매사 크리스티의 숀 데시데리오 아트 파이낸스 총괄 부사장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 사무소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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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담보 대출은 미국, 영국, 홍콩, 스위스 등 주요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다. 이를 활용해 컬렉터(수집가)들은 미술품 수집에 필요한 높은 현금 유동성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확보하고 또 다른 미술품에 투자한다.”

세계적인 경매사 크리스티(Christie’s)의 아트 파이낸스(재정) 부문을 총괄하는 숀 데시데리오 부사장은 최근 미술시장이 커지고 있는 한국에서도 미술품 담보 대출이 새로운 ‘아트테크(아트+재테크)’ 수단으로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달 4~7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Frieze) 서울’ 기간에 맞춰 방한한 그를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크리스티 한국 사무소에서 만났다. 그는 “대출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이혼, 부채, 사망과 같은 비극적인 사건을 떠올리지만 실제 고객 사례를 살펴보면 실제로는 투자를 위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의 아트 파이낸스 부문은 250년 역사의 크리스티가 쌓아온 미술 시장에 대한 지식과 전문성을 토대로 지난 2020년 신설됐다. 고객의 필요에 따라 미술품 컬렉션을 수익화하기 위한 맞춤형 금융 전략을 설계하고 고객이 재정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서비스는 고객 소유의 미술품을 담보물로 고객에게 고액의 현금을 빌려주는 미술품 담보 대출이다. 대출은 크리스티 미국 뉴욕 본사와 영국 런던, 홍콩에서 실행되지만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고객이 이용할 수 있다.

미술품 특성상 금리, 한도, 기간 등 세부 사항은 전부 건별로 검토된다. 통상적으로는 가장 낮은 추정가의 40~60% 한도 범위에서 대출이 이뤄진다. 예컨대 200만달러(약 26억7900만원)짜리 작품이라면 최대 16억74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셈이다. 대출 기간은 보통 1~3년이고 사례별로 더 길게도 가능하다. 다만 정해진 기한 내 상환이 불가능할 경우, 대출 기간을 연장하거나 크리스티가 채무자(고객)와의 협의를 거쳐 작품을 매각할 수도 있다.

시중 은행의 프라이빗 뱅킹(PB)도 미술품 담보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크리스티의 서비스는 이들과 구조적으로 완전히 다르다는 게 데시데리오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크리스티는 미술품 자체를 담보로 대출을 하는 반면 은행들은 개인의 신용도와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 은행과의 관계를 담보로 대출을 한다. 은행들도 미술시장 전문가가 되기 위해 크리스티와 유사한 미술품 감정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관계 전문가”라며 “물론 크리스티도 작품 관리와 감정, 경매, 전시 기획 등을 통해 고객과의 관계를 관리하긴 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고객 관리일 뿐 대출에 있어서는 예술 작품의 가치에 더 초점을 맞춘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미술 분야에 특화된 글로벌 전문인력을 보유한 크리스티의 미술품 감정(진위 여부·시장 가치 평가 등)과 미술품 관리, 미술시장 예측과 같은 노하우다. 미술품에 대한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미술품의 가치만 확실하게 입증된다면 고객의 다른 자산·부채 현황이나 경기 상황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데시데리오 부사장은 “지금처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시중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은 대출에 좀 더 보수적인 접근 방식을 취한다”며 “하지만 크리스티의 미술품 담보 대출은 미술품이라는 자산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하기 때문에 미술품 자체에 확신이 있는 한 큰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은행보다 더 빠르게 대출이 실행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담보물로 활용 가능한 미술품은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가치가 높은 10만달러(약 1억3400만원) 이상의 20·21세기 동시대 현대미술 작품으로 반드시 대출 희망자 본인 소유여야 한다. 데시데리오 부사장은 “담보물 대부분은 블루칩 작가의 회화, 드로잉 등 평면 미술 작품인 경우가 많지만 크리스티는 약 80개의 부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카테고리의 예술 작품을 취급한다. 또 명품과도 거래하기 때문에 시계, 보석류도 담보물로 사용 가능하다”며 “크리스티의 전문가들이 실사를 통해 미술품의 상태, 출처, 소유권 등을 엄격하게 검토하며 자금 세탁 같은 불법적 행위나 법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확인 절차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대출이 실행되면 담보 작품의 소유권은 상환이 완료될 때까지 크리스티에 귀속되고, 크리스티가 직접 해당 작품을 받아 수장고에 보관한다. 운송·관리 비용은 고객에게 청구된다. 데시데리오 부사장은 “미국 등 일부 관할권에서는 법적인 제도 허용 범위 안에서 담보로 제공된 미술품을 고객이 계속 소유하도록 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크리스티가 작품을 인수 받는다”며 “보험 가입이 돼 있지 않은 작품은 담보물로 활용할 수 없다. 고객은 현재 진행 중인 미술품 보험을 대출이 종결될 때까지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티는 보험의 피보험자·보험금 수령인으로 지정된다.

데시데리오 부사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고객은 크리스티의 매우 중요한 고객층 중 하나”라며 “아트 파이낸스 서비스는 고객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여러 가지 서비스 중 일부일 뿐, 궁극적으로 우리는 미술품을 수집하는 고객들이 미술품을 보는 안목을 키우고 때로는 이를 판매하기도 하면서 미술시장에서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숀 데시데리오 크리스티 아트 파이낸스 총괄 부사장은 크리스티의 미술품 담보 대출은 시중 은행의 프라이빗 뱅킹(PB)과 달리 담보 미술품의 가치를 가장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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