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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착각했다" 20만원짜리 우산 가져갔다 기소유예…헌재 "취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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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당시 62세…4년 전 기억력 저하로 병원서 검사

"우산 모양 비슷해 착각할 수 있어…고의 인정 어려워"

뉴스1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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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자신의 것과 비슷하게 생긴 남의 우산을 잘못 가져간 사람을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피의자가 비교적 고령인 데다 기억력 저하로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A 씨가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022년 10월 절도 혐의로 송치된 A 씨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는 죄는 인정되지만 피의자의 연령이나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동기, 범행 후 정황 등을 참작해 검사가 기소하지 않는 것을 이른다.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경우 수사경력 자료는 5년간 보관되며 언제든지 검사가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A 씨는 그해 8월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B 씨가 우산꽂이에 꽂아 둔 시가 20만 원 상당의 검은색 장우산 1개를 꺼내 몰래 가져간 혐의를 받았다.

A 씨는 B 씨의 우산을 자신의 우산으로 착각해 가져갔고 절도의 고의가 없었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절도의 고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사건 기록에 따르면 당시 A 씨는 일행 2명과 식당을 찾았는데, 쓰고 온 검은색 장우산은 우산꽂이에 넣어 두었다. 나중에 식당에 들어온 B 씨도 자신의 검은색 장우산을 우산꽂이에 꽂았다.

A 씨 일행이 식사를 마친 뒤 일행 중 1명이 밥값을 결제했다. 이때 A 씨는 자신의 우산을 꺼내 잠시 살펴보다가 다시 꽂아 두고 B 씨의 우산을 꺼내 살펴본 뒤 이를 가지고 나갔다.

A 씨는 2달 뒤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의 우산을 내 우산으로 착각하고 잘못 가져갔고, (경찰) 연락을 받을 때까지 우산을 잘못 가져간 사실 자체를 몰랐다"며 "집에 피해자의 우산과 비슷한 것이 많아 착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A 씨는 62세였는데, 사건으로부터 약 3년 7개월 전에는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며 대학병원 신경과 검사를 받기도 했다.

헌재는 "청구인과 피해자의 우산은 모두 검은색 장우산으로 색상과 크기 등 외관이 유사하다"며 "청구인의 연령 및 건강 상태를 고려하면 우산을 착각했다는 청구인의 주장이 그 자체로 비합리적이지는 않다"고 봤다.

또한 "피해자의 우산은 청구인의 우산과 달리 손잡이에 비닐 포장이 씌워져 있기는 했으나 사소한 부분이어서 충분히 착오할 수 있다"며 "피해자의 우산에는 고가의 수입차 브랜드 마크가 부착되어 있긴 했으나 폐쇄회로(CC)TV 영상만으로는 청구인이 이를 발견할 수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구인은 일행과 함께 자신의 주거지 바로 앞에 있는 식당에 방문했고, 우산을 찾을 때는 이미 일행이 신용카드로 결제를 마친 상황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청구인이 우산을 절취했다고 보기에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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