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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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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불기소 권고 전날…“검찰총장, 공정 모양새라도 취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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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재영 목사와 김건희 여사. 한겨레,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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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지난 6일 명품 가방 등을 수수한 김건희 여사의 불기소를 권고해 ‘면죄부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이에 앞서 임은정 대구지검 부장검사가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보낸 이메일을 공개했다. 임 검사는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도 수심위에 출석시켜, ‘무혐의’를 주장하는 검찰과 김 여사 쪽만으로 수심위를 열지 말 것을 이 총장에 제안했지만 결과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 검사는 지난 6일 수심위 결과가 발표된 직후, 전날 이 총장에게 보낸 이메일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임 검사는 서두에서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근무 시절, ‘서울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로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공판에 계속 관여했는데, 상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를 제출했다가 재판을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수원지검에 원대 복귀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더라’고 뿌듯하게 말하던 선배를 기억한다”며 “그랬던 선배가 왜 지금 이러고 있을까 생각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국립묘지 안장 관련 해석 문제로 의견 충돌이 있었고, 법무자문위원회 간사로 인건비 수당을 법무심의관실 운영비로 빼돌리는 데 선배가 이름을 빌려주는 등 검사가 저래도 되나 하는 생각을 내심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사법연수원 30기인 임 검사는 이 총장(사법연수원 27기)과 법무부 법무심의관실에서 함께 근무했다. 그는 이런 일화들을 바탕으로 “강직한 검사라고 스스로를 속이고, 그래서 유능하고 괜찮은 검사라고 다른 사람들도 속일 수 있는 검사라고 저는 선배를 평가했다”고 말했다.



임 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을 잘 따른 덕분으로 총장도 되셨다. 선배도 윗사람을 잘 모실 부하이지 강직한 검사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기대한 것이 없었습니다만, 선배가 윤 대통령은 물론 검찰을 망치는 주요 배역을 수행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그렇게 이름을 남길 것으로 예상돼 한때 함께 근무했던 후배 검사로 멀리서 지켜보며 안타깝고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이어 “상부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를 법정에 제출했던 그때의 강직함을 이제라도 다시 발휘할 수 없을까요”라며 수심위에 최 목사도 출석시켜 발언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의 기소 여부를 심의하는 수심위가 무혐의 의견만 듣는 반쪽짜리가 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는 “검찰을 위해서나, 수심위 위원들을 위해서나 공정한 외관을 취해야 하지 않겠냐”며 “얼마 남지 않은 임기, 이제라도 검사답기 위해 노력해 그런 총장 되려고 노력한 사람으로 기억되셨으면 좋겠다. 부디 외관이나마 공정한 모양새를 취해달라”고 글을 끝마쳤다.



임 검사는 수심위 개최 전날 이 총장에게 이런 내용의 이메일과 함께 ‘이메일을 확인해달라’는 문자 메시지도 보냈지만, 이 총장이 확인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임 검사는 “결국 모든 게 예상대로 됐다. 더 이상 실추될 검찰의 명예가 어디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참담하고 참혹하다”면서 “역사는 오늘의 검찰을 그대로 기록할 것이고, 각자의 역할 역시 낱낱이 기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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