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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미성년자 투숙 사각지대' 무인텔…"불완전한 키오스크 신분증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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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텔 종사자들 "키오스크 오류로 처벌받아"

"무인화 추세에 따른 사회적 진통"

뉴스1

포털 사이트에 '청소년 무인텔'을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글. 보호자 동의 없이 미성년자가 묵을 수 있는 숙박업소를 찾고 있다. 2024.9.7./뉴스1 ⓒ News1 김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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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재 김민수 기자 = 종로구에서 무인텔을 운영하는 이동민 씨(남·45)는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 4일 경찰조사를 받았다. 한 달 전 받았던 투숙객 두 명이 가출청소년이었기 때문이다. 이 씨의 무인텔에서 투숙한 청소년 두 명은 당시 실종 신고된 상태였다.

이날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만난 이 씨는 착잡한 표정으로 "키오스크 오류 때문에 처벌받았다"며 "원래 직접 신분증을 검사하는데, 당시 너무 정신이 없어 완전히 자동화됐다는 키오스크에 맡겼더니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무인텔이 증가하면서 미성년자들의 불법 투숙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입실 신청을 받는 키오스크가 허술함을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7일 <뉴스1> 취재 결과 포털사이트에 '청소년 무인텔'을 검색하면 미성년자가 보호자 동의 없이 투숙할 수 있는 무인텔을 찾는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미성년자가 보호자 동의 없이 숙박시설을 이용할 경우 투숙을 허용한 근무자는 청소년 보호법에 따른 형사처분을 받는다. 업주는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이 때문에 통상 숙박업소에는 근무자가 상주하며 투숙객들의 신분증을 검사한다.

반면 무인텔은 키오스크로 투숙객을 받는다. 키오스크에는 미성년자 식별 기능과 신분증 검사 기능이 탑재돼 있다. 근무자는 모니터를 통해 바깥 상황을 지켜보다 기계가 미성년자라는 알림을 보내면 나가서 직접 검사한다. 최근에는 '완전 자동화'를 내건 키오스크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키오스크 기계에 오류가 생길 경우 신분증 검사 없이 무인텔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인텔 업주와 직원은 키오스크 오류로 인한 고충을 호소했다.

경기도 소재 무인텔 직원 남상훈 씨(남·45)는 "키오스크를 제대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 씨는 지난해 6월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성인 남성과 미성년자 여성이 입실했다가 적발된 것이다. 그는 당시 근무자였기에 형사처벌 대상이다.

남 씨는 "원래 일행 모두 검사를 하도록 (기계가) 안내하는데 당시 오류로 한 명만 검사를 하는 바람에 놓쳤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기계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 되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지만 이런 일로 재판을 받게 되니 허탈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랑구에서 무인텔을 운영하는 60대 김찬호 씨는 "키오스크 업체가 오류를 고쳐주지 않아서 계속 카운터에 상주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키오스크 오류로 미성년자 숙박이 접수돼 형사 처벌을 받게 됐다.

그는 "키오스크만 믿으면 안 되는 건 알지만 인건비 절약하려고 뒀는데 쓰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기계 고장이라고 써 붙이고 내가 직접 상주한다"고 말했다. 무인텔 업주인 김 씨는 현재 형사처벌과 동시에 행정처분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에 무인 숙박업소에 키오스크를 제공하는 업체 측은 키오스크를 보조 수단으로 삼고 사람이 상주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인 키오스크 납품업체에서 일하는 A 씨는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니까 사람이 상주해야 한다"며 "키오스크 완전 자동화는 어려울뿐더러, 가능하다고 해도 계속 허술함이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키오스크에 내장된 얼굴 판독 기능이 아직 불완전하기도 하고 오류 발생 가능성이 있으니 근무자를 둬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동화와 무인화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B 씨는 "현장 근무자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자동화와 사람 없이 운영하는 무인화는 다르다"며 "키오스크는 무인화가 아닌 자동화를 돕는 장치"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화를 무인화와 혼동해서 근무자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무인텔 업주는 미성년자 불법 투숙은 자동화를 무인화로 착각해 생긴 일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김찬호 씨는 "직원이 상주 안 하는 무인텔은 하나도 없다"며 "인건비 절약하려고 키오스크 두고 혼자 24시간 앉아 있는데 내내 깨어있기 힘들어 숨 돌린 사이 일이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키오스크에 신분증 검사 기능이 있다고 해서 기계를 들였는데 그것마저 오류가 나서 처벌받는 것"이라며 "이건 자동화랑 무인화를 착각해서 생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무인화 추세에 따른 진통'이라고 본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키오스크를 둘러싼 갈등에 관해 "여객업은 고객 반응을 살피는 등 많은 조건이 필요한데 사회 전반적으로 무인화가 활발하다 보니 진통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minj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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